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은 지진 피해에 노출된 나라다. 언제 어디서든 지진이 발생하거나 이로 인한 쓰나미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훈련과 예행연습을 실시한다. 이 같은 예행연습은 실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침착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줘 세계인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줄을 지어 급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인들이 평상시 자연재해를 대비해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일본도 모든 상황을 염두해 대비할 수는 없다. 최근 일본 훗카이도에 발생한 지진은 일본도 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당시 지진으로 훗카이도 전역은 이동전화 기지국이 파괴되고 갑작스럽게 전화가 폭증하면서 이동전화가 먹통이 됐다. 이로 인해 훗카이도 곳곳에서는 공중전화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성인들과 달리 어린 학생들은 공중전화 사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땐 공중전화 등 유선전화가 매우 중요한 통신수단이지만 초등학생 등 어린 학생들은 공중전화를 접할 기회가 없어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너도나도 손에 휴대폰을 갖고 다니면서 공중전화를 사용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80% 이상이 공중전화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답했다고 하니 심각한 상황이다. 평소 지진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유비무환의 정신을 갖고 있던 일본도 초등학생들의 실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제20대 국회 후반기 첫 국정감사가 중반전을 치닫고 있다.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국감이 진행중이지만 일부에서는 정쟁이 가속화되면서 일부 이슈가 국감을 흡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항상 사고나 사건이 발생해야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사고가 그랬고, 제천화재 참사가 그랬다. 뒤늦게라도 제도를 개선해 똑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사건과 사고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정치를 통해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반짝하는 국감이 아니라 미리 대비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국감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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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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