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38분간 단독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뵐 것을 제안했다"며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의사를 받았다"고 김 위원장의 초청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교황께)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교황은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화해에 지지를 표명해온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에 힘이 실림은 물론 미국에도 적쟎은 영향을 줄 수 있어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00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평양에 초청했으나, 실현되지 않았고, 역대 교황이 북한 땅을 밟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또 교황에게 최근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지속적인 지지와 기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어려운 고비마다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또 새겼다"며 "그 결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남북한 지도자들의 용기를 평가하며, 형제애를 기반으로 화해와 평화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하고,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게 전 세계와 함께 기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황과의 면담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나 문 대통령과 교황의 이번 단독 면담은 사전에 바티칸과의 협의를 거쳐 면담 주요 내용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교황과의 접견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데 이어 기념연설도 했다.

세계 가톨릭의 중심이자, 교황청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에서 특별미사를 가짐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미사 후 진행된 문 대통령의 기념 연설 역시 교황청 관례상 매우 예외적인 일이며,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며,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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