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7박 9일간의 유럽 5개국 순방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동안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지지기반 확대에 주력했다. 그 일환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달했고, 사실상 수락의 뜻을 받아낸 것은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또 프랑스와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속 국가들의 정상들을 만나 지속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대북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며 이슈화시켰다.

물론 숙제도 적지않다. 교황의 방북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미리 충족해야 할 선행조건이 적지않아 성사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대북제제 완화와 관련된 문 대통령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 주요 국가들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인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어 후속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교황의 방북 수락과 한국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의사를 전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이 교황에게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냐고 하자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사실상 수락했다. 나아가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적극적인 지지의 뜻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의 교황 예방 전날 교황청이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열었고 같은 장소에서 문 대통령의 기념연설까지 마련해 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로 19일 로이터통신이 교황청의 국무총리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황 방북 전 북한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방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 나중에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방북에 따른 일정한 요건 충족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유럽 주요국가들을 향해 `대북제재 완화`를 이슈화시켰다. 특히 프랑스, 영국 등 안보리 소속국가 정상들에게 `대북제재 완화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일`이라는 취지로 설득을 거듭했다. 이는 북미가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상황 속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아직 성과는 부족하다. 주요 유럽국가들이 제제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국빈방문을 통해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물론 아셈(ASEM)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나게 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모두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북한이 꼭 CVID를 이뤄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게다가 아셈정상회의 의장성명엔 남북관계 발전이 전 세계 평화와 안보, 안정에 중요하다면서도 북한이 반드시 CVID를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경제문제에 관해서도 유럽정상들과 의견을 나눴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한국산 수입 철강재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와 관련, 주요 유럽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우려를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현대자동차의 프랑스 현지 1호 수출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깜짝 시승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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