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프로젝트] 심근경색증

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등산 중에 갑자기 가슴이 뻐근하고 숨이 차는 증상이 생겼다. 과로에서 오는 피로누적이라 생각했지만 증상이 계속돼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를 통해 내려진 진단은 `심근경색`. 다행히 빠른 응급처치와 시술로 건강을 회복한 김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심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2위,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질환이다. 특히 심혈관질환 중에서도 심근경색증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환자의 절반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하다. 심장혈관이 막히면서 혈액흐름이 차단돼 심장조직이 급격히 괴사되고 쇼크로 인해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가슴통증 등의 전조증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한 번도 가슴통증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도 갑자기 쓰러질 수 있어 더 무서운 질환이다. 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의 도움말로 심근경색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원인과 증상= 심근경색증은 고령의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동맥경화증 등에 수반돼 나타나기도 하고, 심신의 과로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 평소 고혈압이 있거나 당뇨, 비만, 흡연자의 경우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심장 혈관에 상처가 잘 생기고, 상처를 입은 혈관 부위에 노폐물이 잘 쌓이는데, 이로 인해 혈액순환장애가 발생해 심장병이 초래되는 것이다. 증상은 가슴부위에 큰 통증을 느끼게 되고 가벼운 통증이라도 30분 이상 지속된다. 통증은 협심증과 비슷하게 어깨, 양쪽 팔뚝, 목, 날개뼈 등으로 전달되며 좌측의 경우 손목에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심근경색은 이렇다 할 전조증상이 없이 갑자기 발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전에 가슴통증 등 증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보통은 심근경색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발생하지만 때로는 수일에서 수주 전에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이때에는 보통 협심증과 비슷해 심근경색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심전도상의 증세, 발열, 백혈구 증가 등은 없다. 이러한 경색전 협심증은 사전에는 알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 관찰해야 한다.

◇진단과 조기치료 중요= 대부분의 경우 병력이나 증상 청취만으로도 간단히 진단할 수 있고 심전도 검사를 통해 확정된다. 그러나 경색이 일부에 국한되거나 심장내막 아래쪽 심근에만 있을 때에는 심전도검사로도 알 수 없다. 이런 경우 전형적인 동통의 발생과 혈압 강하가 여부를 체크해야 하고 발열, 백혈구수 증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비전형적인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심전도와 혈액검사로 대부분은 진단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료가 중요하다. 급성심근경색은 발생 후 1개월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5-10%이며, 1주일 후 쇼크·폐부종 등 합병증이 없다면 점차 회복해 2주 정도면 치유된다.

◇치료의 관건은 시간= 심장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빨리(최소 6시간 이내) 심장 전문의를 찾아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후유증도 최소화 할 수 있다. 심근경색증은 다른 심장질환과 마찬가지로 병원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관건이다. 심근경색증 발생 후 6시간 이내를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6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심장근육 손상을 최소화시켜 치료 후 특별한 후유증이 없이 잘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한다.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은 혈전용해제와 같은 약물 치료방법과 직접 혈관 촬영을 하면서 풍선이나 철망(스텐트)을 사용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방법이 있는데, 환자의 상태나 의사의 판단에 따른 최선의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질환의 예방=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은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4대 요소로 꼽힌다.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과 금주, 금연 및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복부비만이나 코골이를 심하게 하는 남성의 경우 돌연사 확률이 높다. 일반인의 경우 1년에 한번 씩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흡연 뿐 아니라 서구식 음식문화의 영향도 심장병 환자를 늘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심장 질환자들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관상동맥경화증 환자는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약을 복용해야 하며,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되는 치사 부정맥 환자에게는 자동 심장박동 조절기를 심장 속에 삽입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운동부하검사, 동위원소를 이용한 심근관류검사, 심초음파검사, 24시간 심전도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 이호창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호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