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공황장애

한창태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창태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휴가 기간을 이용,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던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를 느꼈다. 심호흡을 하며 `괜찮아 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숨이 가빠지고 답답한 느낌이 점차 심해졌다. 심장 소리가 들릴 듯한 가슴 두근거림이 시작됐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손발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 느껴졌으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A씨는 이 일이 있은 후 같은 경험을 다시 할까 걱정스러워 버스를 타지 못하게 됐다. 또 버스를 타지 않더라도 피곤함을 느낄 때면 공기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시작으로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서너 차례 더 경험하게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한 A씨는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다.

◇20대 여성에서 많은 공황장애= 공황장애는 반복적으로 예기치 못한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경우를 뜻한다. 공황발작은 A씨와 같이 극심한 공포와 고통이 갑작스럽게 발생해 수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는 특성이 있다. 공황장애의 평균 발병 연령은 20-24세이며 여성에서의 발생률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많다. 공황장애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대게 만성적인 경과를 밟고, 다른 특정 불안장애나 우울장애, 물질 사용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 치료가 복잡하고 어려워지므로 반드시 발병 초기에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아동기의 성적·신체적 학대 경험, 선행하는 스트레스 요인, 다양한 유전적인 경향이 공황장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 8-12개월 유지해야= 공황장애의 치료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가족치료, 그룹치료 등이 있다. 약물 치료는 세로토닌 선택적 수용체 차단제, 삼환계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이 사용되며 효과가 있으면 8-12개월 동안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증상이 약물 치료로 인해 소실됐다고 바로 중단하면 쉽게 재발하므로 전문의와 심도 있는 논의 후 약물 중단을 결정해야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약물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 혹은 약물 치료의 효과를 더 극대화 하기 위해 사용되며 장기적인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데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최우선= 공황장애 진단이 제대로 내려지고 적절한 치료가 시행된다면 70-90%의 환자는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공황장애가 진행돼 광장 공포증이나 우울증이 겹쳐 치료가 어렵게 된다. 약물치료는 공황발작을 예방하거나 적어도 공황발작의 증상의 빈도나 정도를 경감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또 다시 증상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을 감소시키는데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약물을 통해 증상이 경감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공황장애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음주, 흡연 등 자제 해야= 공황장애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하지만 과로와 심한 음주,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가 병의 악화를 가져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정신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 이전에 생활 패턴을 돌아보고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치료를 병행하고 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쌓아가면서 스스로의 염려와 불안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공황장애 극복의 핵심이다.

게다가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유명인들이 공황장애 경험을 고백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공황장애로 의심되는 주변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박영문 기자

△공황장애 증상

1. 심계항진- 가슴 두근거림 또는 심장 박동 수의 증가

2. 몸이 떨리거나 후들거림

3. 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

4. 질식할 것 같은 느낌

5. 흉통 또는 가슴 불편감

6. 메스꺼움 또는 복부 불편감

7. 어지럽거나 불안정하거나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8. 춥거나 화끈거리는 느낌

9. 감각 이상(감각이 둔해지거나 따끔거리는 느낌)

10. 비현실감(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 혹은 이인증(나에게서 분리된 느낌)

11. 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12. 죽을 것 같은 공포

도움말= 한창태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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