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현대인 앓는 공황장애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예전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중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질환이 있다. 바로 `공황장애`다. 유명 연예인 등을 중심으로 자신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음을 밝히는 사례가 늘면서 질환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주의가 요구되는 질환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공황장애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013년 9만 3098명, 2014년 9만 7948명, 2015년 11만 1109명, 2016년 12만 7053명, 2017년 14만 4943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조금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여성 공황장애 환자는 7만 7307명으로, 6만 7636명의 환자가 나온 남성보다 9671명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남성의 경우 40대(1만 8976명)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으며 50대(1만 4827명), 30대(1만 3713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에서도 40대(1만 9108명) 환자가 가장 많았다. 이외에 50대(1만 6971명), 30대(1만 4490명), 60대(1만 852명)에서 만명 이상의 환자가 나왔다. 대전에 위치한 의료기관을 찾은 공황장애 환자 또한 2013년 3446명에서 2014년 3355명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5년 3736명, 2016년 4599명, 2017년 5521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공황은 갑작스럽게 공포감, 불안감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다. 갑작스러운 반응은 다양한 신체증상을 유발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하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외부 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두근거림이나 호흡곤란, 어지러움 등 다양한 신체 증상과 함께 심한 불안이나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발생하는 증상이다. 대개 10여 분 이내에 급격한 불안과 동반되는 신체증상이 지속되다가 저절로 사라지게 되며, 쉽게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공황장애 초기에는 간헐적인 공황발작이 발생하지만, 만성화되는 경우에는 다양한 2차적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환자들을 더욱 괴롭게 한다. 공황장애라는 사실을 조기에 알게 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70% 이상의 환자에서는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공황발작을 예방하거나 적어도 공황발작의 증상의 빈도나 정도를 줄일 목적으로 사용되며 다시 증상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예기불안을 감소시키는데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나아지면서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이 공황장애의 치료 과정이다.

흔히 사용되는 약물은 크게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 항우울제, 단가아민산화억제제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세로토닌 계열의 항우울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공황장애의 비약물 치료 방법으로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정신교육(Psychoeducation)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행동치료, 인지치료를 혼합한 정신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환자에게 공황증상의 진행 과정, 증상으로 인한 고통, 정신적인 극복 과정에 대한 상담을 하고 적절한 교육, 지지, 격려 등을 통해 환자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족들 또한 공황장애가 의지의 나약함으로 인한 것이 아닌 뇌 전달물질의 생물학적 이상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현재까지 공황장애는 신경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설명을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 유전적, 심리사회적 요인들도 작용한다. 다만 아직까지 공황장애와 관련이 있다는 특정한 유전자나 염색체 부위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정신분석가들은 공황발작이 개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이나 소망, 충동들이 억압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무의식적 내용들이 의식 속으로 터져 나오려 할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외에 어릴 때 부모를 잃거나 분리 불안의 경험이 있던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실제로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하거나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이후 처음으로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황장애는 일종의 정신질환이지만 과로와 심한 음주, 흡연 등이 병의 악화를 가져온다"며 "자신의 생활 패턴을 관리하고 치료와 함께 스스로의 염려와 불안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공황장애 극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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