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집단 매장 추정지 발견, 발굴 지원 등 조례 미제정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 천안지역희생자위령제 준비위원회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매장 추정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 천안지역희생자위령제 준비위원회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매장 추정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아산에 이어 천안에서도 민간단체가 한국전쟁시기 민간인 희생자 집단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을 발견했지만 시굴과 발굴을 지원할 조례가 없어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천안지역 희생자 위령제 준비위원회(준비위 상임위원장 이용길·이하 준비위)는 23일 오전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전쟁기 천안의 민간인 희생자 집단 매장 추정지를 직산읍 군서리 성산 일원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준비위는 한국전쟁기인 1950년에 직산면사무소(당시 직산관아) 창고에 갇혀 있다가 부역혐의로 당시 지서장 지시로 살해된 뒤 이번에 발견된 폐금광 주변에 200여 명이 묻혀 있다고 주장했다. 준비위는 매장지 추정 근거로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 증언과 탐문, 수십 개 떼무덤과 폐광터로 보이는 곳을 제시했다.

정의당 천안지역위원회 등 정당과 사회단체 10곳으로 구성된 준비위는 오는 28일 현지에서 위령제를 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준비위는 이날 성명을 발표, 천안시에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천안지역 학살매장지 발굴조사 시행과 희생자 추모 조례 제정, 예산 책정을 촉구했다.

앞서 아산에서는 한국전쟁기인 1950년과 1951년 다수의 민간인들이 경찰 등에 의해 집단 학살된 `아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 희생자들의 집단 매장지로 추정되는 배방 폐금광 입구 위치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아산유족회가 2017년 2월 특정한 뒤 같은 해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시굴조사가 실시됐다. 시굴조사로 유해가 확인된 뒤 2018년 2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발굴조사가 본격 진행됐다. 배방 폐금광 유해발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출토된 유해 중 부위가 확인된 뼈는 모두 3246점, 학살된 인원은 최저 208명으로 추정됐다. 수습유해는 지난 5월 `세종시 추모의 집`에 봉안됐다.

2017년과 2018년 아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 시·발굴 비용 1억 5000여만 원은 아산시가 전액 지원했다. 아산시는 내년에도 1억 2000만 원을 편성해 아산의 또 다른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지역인 탕정면의 유해발굴 조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은 2015년 7월 제정된 `아산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이뤄졌다.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민간인 희생자 관련 자료 발굴, 민간인 희생자 위령 등 추모사업을 할 수 있다. 충남도에도 2015년 7월 `충청남도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천안시는 조례가 미제정된 실정이다.

준비위 이용길 상임위원장은 위원장은 "천안시와 천안시의회도 즉각 관련 조례를 제정해 예산과 기구를 세워서 진상조사와 발굴, 국가봉안시설 안치까지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천안시 관계자는 "조례 제정 등 전반적 사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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