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각지 택배운송차량, 저녁 11시부터 산단 인근 몰리기 시작, 이중주차는 기본, 차로 점거까지

22일 밤 12시 쯤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내 문평동로에 불법 주차된 화물차가 도로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22일 밤 12시 쯤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내 문평동로에 불법 주차된 화물차가 도로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지난 22일 오후 11시 대전 대덕구 문평동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인근의 문평동로. 왕복 6차선의 대도로는 길게 늘어선 화물차들이 잠식하고 있었다. 양 쪽 끝차선은 물론, 그 다음 차선까지 화물차들이 점거해, 이중주차로 6차선 중 이용가능한 차선은 2개 차로에 불과했다. 자정을 넘기자 차량은 더욱 몰려들기 시작했다. 교통량이 줄어들며 한산해진 도로는 화물차가 대신하고 있었다. 신일동로부터 문평동로까지 1.2㎞ 구간은 그야말로 화물차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인근 2800㎡ 규모의 대덕우체국 주차장이 있었지만 이를 이용하는 차량은 없었다. 심지어 인근 이면도로의 경우 양방향 2차로 중 1차로에 주차를 한 `배짱주차`도 볼 수 있었다. 주차된 차량이 15t 규모의 대형화물차이기 때문에 운전자 시야를 가릴 우려가 있었고, 좁은 도로의 경우 비상시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하기가 어려워보였다. 23일 오전 1시 쯤에 이르자 시동을 끈 채 세워놓은 화물차 규모는 눈 대중으로만 헤아려봐도 족히 50여 대에 가까웠다.

인근의 한 편의점 업주는 "주차공간이 없다 보니 화물차가 도로로 떠밀려 나온 것. 오후 11시부터 몰려든 차량은 다음날 새벽 5시나 돼야 빠지기 시작한다"며 "도로에서 주차를 해놓고 대기를 하다가 순서가 되면 택배물품을 실으러 이동을 한다"고 귀띔했다.

불법주차를 한 화물차는 택배운송차량이다. 대부분 CJ대한통운을 드나드는 차량으로 사업장 내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비좁아 인근 도로로 밀려 나오게 된 것이다. 상·하차 순서를 맞춰서 이동을 하려면 멀리 주차를 할 수 없는 탓도 있어 인근에 주차를 한다. 운전기사들은 불법주차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운전기사는 "일단 주차공간이 없고 야간에는 도로가 한적해지기 때문에 운전기사들도 그냥 주차를 한다"며 "새벽이면 금방 빠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덕산단은 야간시간대 불법주차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입주기업체 출입로 앞에 주차를 하거나, 대부분 차량 규모가 큰 탓에 야간근무조 근로자들의 운전자 시야를 가려 교통에 불편함을 야기해왔기 때문이다. 산단 내 입주기업들로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아 결국 23일 대덕산단에서 관계기관과 개선방안 도출을 위해 논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관계기관회의에는 대전시, 대덕구, CJ대한통운, 대덕경찰서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진 못했으나 당분간 정기적인 회의를 거쳐 주차문제해결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우선 CJ측은 주차공간확보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고, 대전시, 대덕구 등 공공기관은 행정절차와 관련된 방안을 살필 계획이다.

대덕산단 관계자는 "대덕산단 불법주차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심각성이 커져 관계기관협의를 거치기로 결정했고 앞으로 방안도출에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산단 내 주차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부지가 마땅치 않아 주차문제해결에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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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23일 오전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내 문평동로는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다음날인 23일 오전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내 문평동로는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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