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센트럴 파크`, 런던에 `하이드 파크`가 있다면 대전엔 `우리들 파크(공원)`가 있다.

지난 주 지역의 예술인 재능나눔 모임인 `공통분모`의 환경 캠페인 Echo Concert 공연에 앞서 최혁재 후배가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홍보 문구 중 일부다.

물론 앞의 두 공원과는 비교가 안 되게 작은 규모와 열악한 시설이지만, 그래도 원도심의 한가운데서 예술로 시민들과 소통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무척 다행이다.

원도심 활성화라는 말은 어느 도시에서나 거론되는 단골 정책이기에 우리 지역에서도 이전부터 문화와 예술을 앞세운 원 도심 공약과 지원 사업은 꾸준히 실행돼 왔다.

본래 문화와 예술의 거리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거나 독특한 양식이 잘 보존 되어진 건물들 속에 예쁜 공방이나 소품 가게들이 구색을 맞춰 자리해 있어야 한다. 또한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먹거리와 친근한 공연들이 어우러지는 거리를 떠올리게 되는데 대전의 원 도심은 조금 다르다. 촘촘하게 높이 솟아 있는 빌딩들과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매장과 유흥업소들 탓에 그나마 나름의 역할들을 하고 있는 문화 예술 공간들마저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만든다.

이로 인해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거리 공연조차 소음과 영업 방해를 이유로 반대하는 상인들의 민원에 의해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 공연을 하게 돼도 참여 예술인들이 공연 내내 주변 상인들의 눈치를 볼 정도로 예술인보다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큰 것이 현실이다.

다른 지역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얘기 하는데 우리 지역은 자본이 먼저 선점해 문화 예술이 자라지 못하는 슬픈 상황이 돼버렸다. 그 어떤 감성의 소재로 문화 예술의 활성화를 꾀하려 해도 이미 과밀한 유흥업소나 쇼핑몰을 찾는 인파속에 치이게 될 터이고 더 자극적인 업소들의 조명에 시선을 빼앗길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 이상 예술인들을 자유로운 예술 행위가 불가능해진 거리에 내몰아 곤란하게 만들기보다는 박수 받는 곳에서 더 많이 공연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기존의 문화 예술 공간들이 저마다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예술 놀이터들로 거듭나도록 하는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박홍순 대전 민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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