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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톡톡] 하이브리드?

2018-10-12기사 편집 2018-10-12 08: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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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하이브리드를 자동차와 관련된 단어로 생각하지만,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는 원래 동식물의 잡종이라는 뜻이다. 필자가 처음 동물병원에서 근무했던 1990년대 말은 우리나라에 애견붐이 일기 시작한 때여서 여러 품종의 강아지들이 동물병원에 내원했다. 당시에는 요크셔테리어가 국민개로서 진료하는 강아지의 반은 요크셔테리어였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당시 많은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순종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지금은 전과 비교해 약간 덜하긴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아이가 순종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순종이라는 것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일단 순종은 근친이 많다. 근친은 근친 자체로도 유전적인 문제가 많고 실제로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순종의 아이들은 의학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사람과 관련된 문화·역사적으로는 수많은 유대인들이 죄 없이 죽어가기도 했다.

그 외에 요즘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유전적으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형질만이 강조된 동식물들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현저히 떨어져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의 질병에 대해 예를 들면 요새 많은 인기를 누리는 스코티쉬 폴드종의 경우 골연골이형성증이라는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귀가 접혀 귀여워 보이는 이유가 유전적으로 연골 형성에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관절이 붓고 망가져 거동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치료법도 없어 질환이 발생하면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베들링턴 테리어의 구리중독 역시 치료방법이 없고, 아비시니안 및 소말리 고양이의 적혈구 수명 단축에 의한 빈혈, 아비시니안의 슬개골탈구, 망막위축, 신장아밀로이드증 등 에 걸리기 쉽다. 닥스훈트의 디스크, 리트리버의 고관절장애, 푸들의 백내장, 선천성 심장질환도 시추나 말티즈에 많다. 귀여운 외모가 인상적인 불독은 10살 넘는 아이들을 본적이 없다. 이 외에도 많은 유전적인 질환을 가진 아이들이 아직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필자는 수의사이기 때문에 건강한 아이들을 보는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은데 순종이어서 질병에 걸리고 치료도 힘든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안타깝다. 필자가 2000년대 초반 호주에 살 때 마트내 펫샵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귀여운 강아지들이 분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견, 모견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부견은 시추이고 모견은 말티즈였다. 충격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때 알았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문화의 차이를.

반려동물 산업을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될 때 아이와 보호자가 다 같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순종에 대한 자부심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순종에 대한 칭찬 등을 자제하고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사는 아이들을 부각해서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해지지길 바라본다.

최재용(대전동물병원/예담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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