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세종의사당(국회분원) 설치 연구용역비의 선제적 집행과 관련해 몸을 사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 때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내놓은 답변을 보면 기대를 걸어보기가 힘들게 생겼다. 답변 요지랄 것도 없이 사유는 단순하다. 국회분원 설치가 명시된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해 주면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개정법안 처리 조건부 화법이고 뒤집어 해석하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난감하다.

국회사무처가 스스로 앞서나가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딱하기 이를 데 없다. 연구 용역비 2억 원을 세워줬는데도 이를 집행하는데 조건을 걸고 나오면 말이 통하기 어렵다. 이런 양태에 대해 행정수도 대책위는 어제 `유 사무총장 직무유기`로 규정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회 사무총장이 코너에 몰리는 현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개정법안 처리라는 멍석이 펼쳐져 있으면 용역비 집행은 누군들 못하겠나. 알다시피 여야 정치권 속내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이고 실무를 맡고 있는 국회사무처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3선 의원을 지내고 충북 출신인 유 사무총장이라도 정무적 리더십을 발휘하면 길이 열릴 법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국회사무처 국감 당일 국회분원 용역비 미집행 문제를 경기권 지역구 의원이 제기했다는 점도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국회사무처를 관장하는 국회 운영위에는 민주당 2명, 한국당 1명 등 충청 출신 의원 3명이 소속돼 있다. 국회 사무처가 미적대는 것은 분명 달갑지 않지만 운영위에 들어가 있는 지역 의원들부터 한 역할들을 해줘야 국회분원 설치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

당연히 국회사무처 차원에서 행동하는 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이런 저런 구실을 대는 것은 구차해질 뿐이다. 용역을 발주했다고 해서 나중에 무슨 뒷 탈이 날 것도 없다. 시대적 요청인 국회분원 설치는 정면돌파만이 답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