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대체복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사진=[연합뉴스]
징벌적 대체복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사진=[연합뉴스]
양심적 병역거부가 가능해지면서 `양심`을 어떻게 판별할 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일 판결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不)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병역을 거부하는 개개인의 양심을 검사나 판사가 평가해서 기소·불기소나 유죄·무죄를 판별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삶의 모습 전반을 살펴보는 식으로 인간 내면에 있는 양심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일부 1·2심에서는 피고인의 신념을 확인하기 위해 개종 시기, 세례 여부, 가족들의 종교, 부모 형제의 병역기피 처벌 여부, 종교활동 참석 상황, 종교 관련 사회활동 등을 검증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을 두고 피고인이 진정으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 의도한 병역기피자인지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검찰로서는 난제를 떠안은 셈이다.

특정 개인의 사생활이나 성향을 낱낱이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질병 등 명확한 요건이 아닌 사유로 병역을 거부한 경우, 종전까지는 병역거부 사실만으로 기소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수사 대상자가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을 따져 양심을 감별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특정 종교가 아닌 경우 `양심적`이란 조건을 어떻게 판별할 지에 대한 논란은 더 크다.

시민 김성형(30·서구 둔산동)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서 `양심`이라는 것에 대한 세밀화된 기준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객관화될 수 있는 기준인지 이해가 안간다"면서 "종교의 이유로 병역 거부가 가능하다면 여타의 이유로 병역 거부도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국가의 재판권이 개인 양심의 자유를 재단하는 상황에 대하 우려를 내놓았다.

지역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병역거부자를 `양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 여호와의 증인처럼 특정 종교인은 대체 복무를 하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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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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