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둘러싼 논란과 진실] (중)'목표가격'의 딜레마

목표가격 수준별 벼 재배면적 전망.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목표가격 수준별 벼 재배면적 전망.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쌀값 안정화와 함께 가장 뜨거운 농정현안은 `쌀 목표가격`이다. 목표가격은 향후 5년간 쌀 직불금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쌀농가 소득은 물론 쌀산업, 나아가 전체 식량자원 확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다. 목표가격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쌀농가 소득이 늘어나겠지만 쌀 생산과잉 현상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면서도 쌀산업의 안정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같은 황금률을 찾기가 어렵다. 올해 역시 정부와 농민들 사이 견해차가 커서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8일 당정협의회에서 2018-2022년산 쌀에 적용될 목표가격을 19만 6000원(80㎏기준)으로 인상하기로 협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민단체들이 들끓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농업계가 주장하는 24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만약 이대로 목표가격을 강행할 경우 농업·농촌 사수를 위한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쌀 목표가격이란 농가소득 안정 차원에서 도입된 직불금의 기준이 된다. 사전에 정한 목표가격과 수확기 산지가격 차이의 85%를 정부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쌀 목표가격이 20만원인데 수확기 쌀값이 16만원으로 형성되면 차액 4만원의 85%인 3만 4000원을 정부가 직불금으로 농가에 보전해준다. 이 목표가격이 24만원으로 오르면 직불금은 8만원의 85%인 6만 8000원으로 오른다. 목표가격이 높으면 직불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농가에 유리하다.

목표가격과 직불제는 쌀값이 폭락했던 2016년 농가의 안전망이 됐다. 당시 수확기 산지 쌀값은 20년 전 수준인 한가마(80㎏)당 12만 9711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쌀 한가마분에 지급된 직불금은 변동형과 고정형을 합해 4만 9372원이었다. 결국 농가는 쌀 한가마당 17만 9083원을 받아 쌀값 하락으로 입을 피해를 상당부분 완화했다.

농민들로선 최대한 목표가격을 높이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정당국의 고민은 목표가격이 장기적으로 쌀시장에 미치는 여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목표가격이 7000원 오르면 벼 재배면적은 1만 6000㏊ 늘어난다고 내다봤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쌀값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목표가격 인상이 쌀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맞춰 벼 재배면적 역시 줄어들어야 시장이 안정화된다. 그러나 쌀 목표가격이 높을수록 타 작물로 전환은 늦어진다는 게 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386만 8000톤 정도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쌀 소비량 감소 추세를 감안해 올해 총 총 378만톤 가량 소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도 8만-9만톤의 쌀이 재고로 남는 셈이다. 정부 양곡 10만톤을 1년 보관하기 위한 비용은 3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 재정도 부담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목표가격을 1000원 올리면 지급해야 할 쌀 직불금 총액이 약 350억원씩 늘어난다. 2005년 쌀 직불제 도입 이후 모두 15조 929억원의 예산이 직불금으로 지급됐다. 연평균 1조 1611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쌀 변동직불금을 무제한 지급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쌀 변동직불금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총액(AMS) 한도에 따라 1조 4900억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목표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 쌀이 과잉 생산되고 쌀값이 직불금을 지급할 수 없을 정도로 폭락하면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 주기 어렵게 된다. 실제 2013년 목표가격을 1만 8000원 인상한 이후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 수확기 쌀값이 20년 전 수준으로 하락했고 2016년에는 AMS 한도를 초과해 농가들이 변동직불금을 온전히 받을 수 없었다.

변동직불금은 올해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의 산지 쌀값을 토대로 산출해서 2월에 지급한다. 목표가격은 새해 예산이 확정되는 12월2일까지는 확정될 전망이다. 쌀 생산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농가의 소독을 보전할 수 있는 황금률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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