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도내 4개 시·군을 상대로 첫 행정사무감사를 시도하고 나섰으나 역부족을 드러내고 말았다. 지난 12일 부여군 방문 때 보이콧 당한 데 이어, 13일 천안시, 14일 보령시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남은 서산시 일정도 보나마나 퇴짜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의회는 4개 시·군에 대해 서로 다른 상임위 소속 도의원들을 투입했으나 해당 지자체 측 방어선을 넘지 못했다. 공무집행방해라며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경고장을 날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게임에서 판정패한 쪽은 자명하다.

충남도의회의 시·군 상대 행정사무감사 실시는 민감한 사안이다. 관련 지방자치법 및 도의회 조례의 근거 규정에 따른 것이라 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수감기관 정서는 또 다를 수 있다. 우선 행정사무감사를 관철하기 위한 여건 면에서 도의회는 물리적으로 밀린다. 도내 시·군과 해당 기초의회, 여기에 공무원노조연맹이 연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구도여서 스스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도의회 단일 상임위 소속 도의원들이 이를 극복할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다. 게다가 광역의회의 기초지자체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거부감이 만만치 않다. 해당 기초의회 의원들부터 승복할 뜻이 전혀 없음을 내비친 바 있고 시·군 공직사회의 집단정서도 불가입장을 고수해온 마당에 도의회 사람들이 현장에 간들 상황변화가 일어날 리 만무였다. 지난 얘기지만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이런 식으로 진행해야 했는지 물음표가 따른다. 얼핏 국정감사를 벤치마킹한 듯한 느낌도 없지 않은데 광역의회가 기초지자체에 대해 같은 틀로 접근했을 때 얼마나 편익이 발생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도내 시·군이 광역의회 차원의 행정사무감사 또는 조사의 치외법권 지역은 아닐 터다. 다만 숙의기간이 요구되는 사안임에도, 도의회의 경우 명분론에 너무 치우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문제가 충남만 해당되는 게 아닌 만큼 애면글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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