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둘러싼 논란과 진실] (하)직불제 개편의 목소리

규모별 쌀 직불금 수령 비중.
규모별 쌀 직불금 수령 비중.
쌀 목표가격 설정과 함께 쌀 직불금 제도 역시 올해 최대 농정현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해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고 직불제를 공익형으로 개편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직불금 제도는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인해 세계 각국이 농업정책의 방향 전환을 단행하면서 주목됐다. 농정 변화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격지지 정책의 감축과 직접지불제의 확대 도입이다.

선진국일수록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일정 비율의 농업을 유지하는 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다. 예전에는 약정수매 제도와 같이 농산물을 정부가 비싸게 구입해 가격을 지지하는 방식이 활용됐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과 맞물려 가격 보조가 금지됨에 따라 직불제가 도입됐다. 홍수조절, 환경보전 등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농가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EU와 미국도 환경보전직불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직불제를 처음 도입한 이후 개방화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쌀직불제는 2004년 쌀 시장개방 과정에서 쌀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쌀직불제 도입 이후 연평균 1조 11611억원의 직불금이 지급돼 쌀 농가 소득 안정과 쌀 산업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공급과잉으로 쌀값이 떨어지더라도 농가 수취액은 목표가격의 95% 이상에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3㏊ 이상 쌀 농가가 2004년 8.5%에서 지난해 11.9%로 늘어나는 등 농가의 규모화와 생산구조 효율화에도 기여했다.

다만 도입 초기와는 달리 국민 식생활 변화나 농업·농촌 사회의 구조변화에 대응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쌀에 편중된 직불금이 쌀 과잉생산을 유발하고 농가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뤄야 건강하다. 쌀의 수요는 먹을거리가 다변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시장논리대로라면 가격이 하락해 공급량이 감소하겠지만 쌀 수취가격이 유지됨에 따라 쌀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는 구조적 공급과잉이 지속됐다. 그 결과 정부의 쌀 재고는 지난해 기준 186만 톤에 달했다. 타 작물 재배로 점진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중·소 농업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직접지불금은 단위면적당 동일한 금액이 재배면적에 비례해 지급되는 방식이라 부농일수록 더 큰 금액을 받게 된다. 지난해 전체 쌀 농가 77만 8488곳 중 상위 3%에 해당하는 5㏊ 이상 농가 2만 2896곳이 전체 직불금의 24.6%(2040억원)를 가져갔을 정도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의 직접지불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둔 채 차기 목표가격 변경만 이뤄질 경우 쌀의 생산과잉 지속, 농업인 소득 양극화 문제는 계속되고 정부의 직접지불금 지출만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쌀 중심 농업생산구조를 개선하고 다른 작물로 재배전환을 유도해 곡물자급률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개편할 방침이다. 소규모 농가에는 경영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고 그 이상의 농가에는 역진적인 단가를 적용해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논농업과 밭농업에 대해 모든 작물을 대상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직불제 통합도 추진한다. 또 직불금 지급과 연계해 농약, 비료 등의 사용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등 농지, 공동체, 환경, 안전 등과 관련된 적정 수준의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업계는 농가소득 하락 보전을 위해 현행 소득보전형 직불제는 유지하고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휴경·전작을 의무화하는 생산조절형 변동직불제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있다.

개편의 기본방향은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관련 법률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2020년에는 개편된 직불제가 시행될 전망이다.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을 통해 쌀 수급 불균형과 농가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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