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출국`은 1986년 분단의 도시 베를린에서 서로 다른 목표를 좇는 이들 속 가족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절, 시대와 이념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겨있다. 이 영화는 1986년 실존했던 납북 공작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80년대의 시대상을 현실적으로 다루면서도 특별했던 시절을 살아간 평범한 가장에게 벌어진 일을 통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가장인 자신의 성공이 곧 가족의 행복이라 굳게 믿는 남자 `영민`은 80년대 당시의 평범한 아버지이자 `민실협` 활동으로 국내 입국 금지를 당한 마르크스 경제학자다. 그는 자신의 학문이 북한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북한 공작원의 말에 혹해 가족과 함께 북으로 가는 잘못된 선택을 한다. 단 한순간의 선택으로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게 된 영민은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고 모든 것을 되돌리려 필사의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이외에 다채로운 영화 속 인물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몰입도를 높인다. 격동의 시대 속 가슴 뜨거운 부성애를 그려낸 이 영화는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여운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군산:거위를 노래하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이후 장률 감독의 2년만의 신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배우 박해일, 문소리의 주연 캐스팅부터 화제가 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아시아 대표 시네아스트 장률의 11번째 작품이다. 장률은 특정 지역, 공간의 질감과 시간의 공기를 담은 영상의 운율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 시선과 서사 방식을 구축해왔다. 특히 영화와 시, 중국과 한국, 정주민과 이주민, 꿈과 현실 등 경계의 모호함과 긴장감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색하는 작품으로 국내외 수많은 영화광들을 매료시켜 왔다.

장률 감독이 한국에서 6번째로 만든 장편영화인 이번 작품은 더욱 유연해진 시네아스트 장률의 미학적 성취와 변화를 목도할 수 있는 이야기의 구성이 백미다.

두 남녀가 군산에 막 도착한 것으로 거두절미 시작하는 영화는 이내 관객에게 이들의 군산행이 전날의 음주로 인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단서를 준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의 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박에 보여주지 않고, 궁금하게 놓아둔다.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 남자와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 여자가 만나 군산과 서울을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로맨스를 선사한다.

김성준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성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