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종역 추진되는 세종시 발산리 일원
KTX 세종역 신설 후보지로 거론 중인 세종시 발산리 일원.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남쪽이자 대전 유성구와 인접한 이 지역에 KTX 역사를 만들기 위한 연구 용역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15일 전했다. 2018.11.15 [세종시 제공]
KTX 세종역 추진되는 세종시 발산리 일원 KTX 세종역 신설 후보지로 거론 중인 세종시 발산리 일원.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남쪽이자 대전 유성구와 인접한 이 지역에 KTX 역사를 만들기 위한 연구 용역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15일 전했다. 2018.11.15 [세종시 제공]
이낙연 국무총리의 `KTX 세종역 신설 불가`발언으로 지역 여론이 들끊고 있는 가운데 이 총리의 애매모호한 발언이 지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총리의 발언을 두고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총리는 지난 14일 호남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남을 갖고 호남 현안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호남 국회의원들은 기존 호남선이 오송역에서 연결되면서 호남 방문객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우회로 인해 추가 요금까지 발생한다는 점을 들며 직선화를 요구했다. 오송이 아닌 천안·아산에서 세종역을 연결하는 직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세종역 신설을 통해 호남선 직선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세종역 신설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불가하다는 것이 이 총리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진 이후 회동에 참석한 의원들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이 총리가 기존 오송역에서 추진하는 세종역 신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지만, 천안·아산역에서 직선화해 세종역을 신설하는 부분에 대해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는 것이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이 총리는 오송에서 세종을 경유하는 방안(이해찬 의원 안)은 지역간 갈등 폭발 우려가 있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호남선 KTX를 직선화 하면서 세종역을 신설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 결론을 낼 수 없으니 계속해서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세종역 신설은 없다며 잘라 말한 것과는 다소 어감이 다르다.

발언의 의중을 파악하긴 힘들지만 문제는 총리로서 애매모호한 발언을 하면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이 총리의 발언이 오히려 지역 주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총리로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 없다는 점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자리에서 나온 발언을 해석이 분분하도록 애매하게 말한 것도 문제"라며 "지역민에게 민감한 내용이라는 점을 감안 할 때 좀 더 정제된 발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총리는 지난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다수 국민이 동의 해주지 않을 것 같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혀 지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하지만 며칠 뒤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개헌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국민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만큼 돼 있을지 물은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의 잇따른 세종 관련 발언을 놓고 부정적인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질적 행정수도 완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총리가 대통령 공약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세종시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내보임에 따라 충청권 시선이 곱지 않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그동안 이 총리의 발언을 보면 세종시 완성에 다소 부정적인 견해가 투영되고 있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지역의 여론을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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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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