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세종역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세종시가 금남면 발산·용포리 일대에 건립을 추진했다. 대전 유성과 인접한 지역으로 정부세종청사와의 접근성, 세종과 유성 인구의 이용성 등을 고려할 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충북이 즉각 반발했다. 세종역이 생길 경우 오송역 이용객 수의 감소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대전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충남은 공주역을 활성화 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세종역 신설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충청권이 분열되고 있는 사이 호남권 의원들이 논란에 가세했다. 천안·아산역에서 공주역을 잇는 노선을 새롭게 신설해 그 위에 세종역(장군면)을 신설하자는 주장이다. 지난 14일 호남지역 국회의원 14명은 호남선 직선화 주장을 이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세종역 신설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총리 발언의 불똥은 신설을 추진하는 세종시로 튀었다. 세종시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기반구축 사업`으로 KTX 세종역을 선정했고, 정부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다음달 중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이 총리의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세종역 신설이 균형발전 구축사업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이춘희 세종시장은 "(이 총리가)현재 상황을 갖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이라며 "세종역 설치에 대한 비용대 편익비율이 기준을 넘지 못했고, 충청권에서 이견이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추진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그동안 상황이 변한 만큼 예타를 하면 충분히 타당성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충청권의 현안을 호남 의원들이 주도하자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세종역 신설에 대한 중지를 모으지 못했고, 여야의 온도차도 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세종역 신설과 관련)지역 의원들의 뜻을 모으지 않았다. 세종시와 이 대표의 주장이 지역에 따라 유·불리가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만 호남 의원들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세종역이 유성 인근(금남면)에 생기면 대전역과 서대전역의 쇠퇴는 불가피하다"며 "장군면에 신설된다면 달리 봐야 한다. 아무래도 대전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만큼 타격이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은 당 대표의 공약 사안인 만큼 세종역 신설에 대해 찬반 의견을 명확히 내지 못할 것이다. 반대하면 당 대표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 돼 차기 총선 공천이 위태로울 수 있고, 찬성한다면 대전역, 공주역, 오송역, 서대전역 등의 쇠퇴가 우려돼 지역민의 저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물쭈물하는 사이 호남선 KTX 개통과 오송역이 분기점이 되면서 KTX 정차 횟수가 급감하는 서대전역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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