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재학 중인 고교에서 근무하는 교사가 전국적으로 9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00곳(교사 190명)으로 가장 많지만 충남도 48곳에 교사 93명이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등 상황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 특히 사립고 비중이 월등이 높다. 전체의 66.8%인 348곳으로 공립고 173곳보다 2배 이상 많다. 사립고 중 특목고 21곳과 자사고 17곳에도 자녀와 동일한 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가 68명이나 됐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으로 내신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공교육을 위협하는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본인들로서는 억울할 테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내신을 향한 학부모들 눈초리에 의구심이 담겨 있는 현실에서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정하지 않는 이른바 `상피제(相避制)` 도입이 깔끔한 방법으로 보이는 이유다. 교육부의 방침이기도 하다. 실제로 숙명여고 사건이 터진 서울시교육청은 상피제 시행에 들어간다.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공립학교 교사는 내년 3월 정기 인사 때 다른 학교로 옮기도록 했다. 다른 교육청들도 교육공무원 인사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비슷한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난관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학교 수가 대단히 부족한 농·어촌 지역의 경우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립고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전제돼야 해 교육 당국의 의지만으로 도입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학년으로 배치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의 운영의 묘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20학년도 대입만 하더라도 전국 4년제 대학이 10명 중 약 8명 꼴로 수시모집하는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내신 문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참에 공정성을 신뢰받는 수학능력고사를 통한 정시 모집 확대를 적극 검토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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