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 속 주인공은 동경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으로 식민지 조선의 현실에 절망해 술을 벗 삼아 주정꾼으로 살아간다. 아내는 매일 술독에 빠져 사는 그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답답해 한다. 어느날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라며 또다시 남편이 집을 나서고 아내는 몹쓸 사회를 원망하는 말로 소설을 맺는다.

술의 기원은 과실주로 추측된다. 일부 지역에서 코끼리나 원숭이 같은 동물들이 과일을 구덩이에 모아놔서 발효가 되게 한 후 마시는 생태가 관찰된 바 있다. 과일은 맺는 시기가 있어 일년 내내 먹기가 어렵지만 술이 되면 그냥 썩어 없어질 영양분을 저장해 활용할 수 있다.

물을 대신하는 용도로도 활용됐다. 몽골 같은 사막에서는 물을 구하기 힘들고 오아시스는 기생충에 오염돼 있기 일쑤라 마유주 같이 동물젖으로 술을 담가 마셨다. 물에 석회성분이 많은 유럽에서는 맥주를 물 대신 마시기도 했다. 뱃사람하면 술고래가 연상되는 이유도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든 환경 탓에 물 대신 술을 마시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먹을 게 부족하던 옛날, 술은 그냥 먹기에도 귀한 곡식이나 과일을 대량으로 사용해야 하는 사치품이었다. 귀한 음식이란 인식이 있다보니 혼인상제, 집안에 큰 일이 있을 때 손님에게 술을 대접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술을 권하는 게 미덕이라 여기는 이들이 있다. 사회생활의 윤활유라며 음주를 변호하는 이들도 있다. 알코올은 절제력을 담당하는 중추신경을 마비시킨다. 술을 마시면 비밀이나 예의를 지키려는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속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 좋다는 얘기다. 그러나 예의까지 흉금을 터놓게 되면 곤란하다.

조선 실학자 박지원은 "술을 마시면서 시국을 논하고 풍류를 즐긴다는데, 다 핑계에 불과할 뿐이고 술에 취하면 상하귀천 구분없이 그저 개가 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음주운전·주취폭력 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도 술광고 규제와 같은 음주폐해 예방 정책을 펴는 추세다. 이제 보릿고개도 없고 일제강점기만큼은 몹쓸 사회도 아니니 올해 망년회는 `술 권하는 사회`보다 `술 즐기는 사회`가 어떨까.

이용민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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