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은 우리나라가 정한 소비자의 날이었다. 1979년 12월 3일 소비자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날을 기념해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에서 이날을 소비자의 날로 정했고, 이어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의 권리 의식 신장과 소비자 보호에 대한 사회 인식을 높이기 위해 1997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한편, 세계 대부분 국가는 `세계 소비자권리의 날`을 3월 15일로 제정했는데, 그 배경에는 1962년 3월 15일,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존 F. 케네디가 `소비자 이익 보호에 관한 특별교서`를 발표하면서 소비자의 4대 권리를 선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소비자권리 신장 운동은 산업혁명 이후 유럽에서 처음 시작됐으나, 실제 그 운동이 먼저 열매를 맺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1891년 뉴욕에서 결성된 소비자연맹은 미국 소비자 운동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으며, 1936년에 미국소비자동맹이 출범하면서 활발한 소비자권리 보호 운동이 전개된다. 이렇게 소비자권리 신장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케네디는 선거 운동 중에 소비자를 지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당선 후 소비자 보호를 위한 특별교서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 정책이 시행되고 또 변화해 왔는데, 본격적으로는 1987년 제1차 전면 개정된 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선언적 규정들을 보다 실효성 있게 구체화하고 법체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게 됐다. 이후 2006년 소비자보호법이 소비자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소비자 정책이 소비자 보호 위주에서 소비자주권의 실현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 소비자 정책의 기조는 소비자주권의 실현에서 소비자와 함께 더 좋은 시장 만들기로 확대·전개됐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대의 추세를 반영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올해 5월 한 침대회사의 매트리스를 시작으로 자주 사용하는 생활제품에서 라돈과 토론이 검출되면서 해당 제품들을 사용하는 수많은 소비자가 현재까지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제품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일부 피폭선량이 법적 기준치(1mSv/y)를 넘은 제품들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에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International Committee for Radioactivity Prevention)는 방사선 방호의 원칙으로 행위의 정당화, 방호의 최적화, 개인 선량의 한도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중 방호의 최적화는 알랄라(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으로 알려져 있는데, 쉽게 말해서 합리적인 수준까지 피폭량을 가능한 줄이라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의료 방사선 검사를 비롯해 원자력 및 방사선 산업현장 등에서 적용되고 있다.

지난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생활방사선 제품의 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이행 중이다. 이러한 안전 강화대책의 하나로 현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는 `생활방사선 안전센터`가 설치됐다. 이 센터에서는 해외에서 구매한 라텍스 등을 비롯해 라돈 방출이 의심되는 생활제품(침구류, 찜질기 등)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온라인(http://www.kins.re.kr/radon)이나 전화상담(☎(1811)8336)으로 의뢰하면 직접 소비자를 찾아가 측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 소관 부처는 시중에서 판매된 다양한 생활제품들을 조사하고 있지만 기존 법상 사각지대도 있고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점도 있다. 특히 소비자가 해외여행이나 해외직구를 통해 사용 중인 제품들이 그러하다. 이렇게 가정에서 사용 중인 제품 가운데 혹시 라돈 방출이 의심되는 제품이 있는 소비자들은 생활방사선 안전센터에 의뢰하여 편리하게 측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정부와 소비자가 보다 안전한 생활제품 시장을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김인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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