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다 여행을 즐겨하겠지만, 나도 여행을 꽤 좋아해서 평소 섬에 가는 것을 매우 즐겨한다. 지금까지 여러 목적으로 수없이 크고 작은 배를 탔지만, 여태 거친 파도나 배 멀미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다. 박사학위 논문주제로 우리나라의 동백나무를 택했기에 자연스럽게 제주도나 울릉도 또는 남해안이나 서해안 주변의 크고 작은 여러 섬에 꽤 자주 다녔다. 당시에는 섬 사이의 교통편이 그리 좋지 않아 옹진군 같은 경우는 행정선의 편의를 주로 받았다. 이후에도 방학을 하자마자 근실거려서 동료교수 한, 두명과 함께 비교적 오지의 작은 섬을 목적지로 하는 여행을 즐겼다. 가장 최근에 가본 섬은 서해의 연도, 가의도 및 옹도였다. 모두 짧은 시간 체재하였지만 관광이나 자연경관을 즐기는 입장에서 본다면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정확한 이름은 "대방이섬"이지만, 내가 처음 들어 기억하고 수목원에 남아있는 기록대로 부르는 이름인 대뱅이섬은 1976년 5월에 천리포수목원에서 실습생으로 일할 때 알게 되었다. 당시에 몇 직원이 이 섬에서 소사나무나 동백나무의 유묘를 채집해 왔으며, 이들은 아직도 우리 수목원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지난여름에 태안에 거주하는 지인과 대화 중에 우연히 대뱅이섬을 논의하였는데 며칠 후에 데꺽 가게 되었고, 곧 대뱅이섬의 자연에 푹 빠져 들었다.

대뱅이섬은 행정구역 상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로, 학암포에서 대뱅이섬 주변에 여뱅이섬, 거먹뱅이섬, 수리뱅이섬, 질마뱅이섬, 꽃뱅이섬 및 새뱅이섬과 같은 특이한 이름을 지닌 섬들이 줄지어 있다. 학암포 포구에서 약 3.3km로 배로는 약 10여분이 걸린다. 섬 전체가 사유지로, 7년 전부터 섬의 소유자가 혼자만의 노력으로 소로를 만들기 시작하여 이제는 조용한 숲속의 산책에 안성맞춤인 숲길을 섬의 여기저기에 닦아 놓았다.

대뱅이섬의 숲은 주로 고로쇠나무가 우점을 이루며, 팽나무나 곰솔이 아주 간헐적으로 보인다. 숲의 중간층은 꾸지뽕나무, 두릅나무나 참빗살나무 등인데, 섬 전체로 보면 이대와 칡이 크게 자리를 잡아 다른 식물이 침범하기가 꽤 어렵다. 지난여름 우리 직원이 기록한 결과를 보면 이 섬에는 모두 68과 148속 172종 19변종 및 3품종 등 194종류의 식물이 자란다. 대뱅이섬의 크기에 비하여 꽤 다양한 식물가족이 산다. 숲의 바닥층은 백화등이 일부 큰 세력을 이루나, 천남성, 큰천남성, 윤판나물, 남산제비꽃이나 큰개별꽃 등이 주인역할을 한다. 일부에 칡이 무성하여 걱정스러우나, 전체적으로 보면 꽤 아름다운 숲을 지닌 섬이다.

우리 지역을 살리는데 관광이 큰 역할을 할 것이고, 대뱅이섬도 그 생태적 잠재력이 매우 높은 곳이다. 정상 속의 비정상이 빛나는 것처럼 이러한 섬에 아름다운 편의시설을 갖추어 오직 예약만으로 찾아오는 분들에게 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린다면 지역의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섬을 찾아 돌아보면서 매우 아쉬웠던 점은 1970년대 초에 수집했던 소사나무를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점이다. 아마도 분재에 사용할 목적으로 외지인들이 모두 불법으로 반출한 탓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천리포수목원의 기록을 토대로 대뱅이섬에 소사나무의 복원을 하고 싶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