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방송과 신문과 회사 업무에 등장하는 4차산업혁명은 현재 우리나라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이다. 그런데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증기기관이 등장하는 1차산업혁명과 포드 자동차의 컨베이어 벨트로 대변되는 2차산업혁명은 배운 듯한데 3차는 뭐고 4차는 무엇인지 배운 기억이 없다. 이 용어를 탄생시킨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세계경제포럼을 창시한 저명한 경제학자이다. 그가 예상하는 4차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따라잡기를 해보자.

제1차 산업혁명은 물과 증기의 힘을 이용한 기계혁명이다. 제2차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을 이용한 대량생산혁명이다. 3차산업혁명은 전기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자동생산혁명이다. 슈밥 교수가 주창하는 4차산업혁명은 3차혁명의 연장선에서 막 시작하려고 하는 기술융합의 혁명이다. 수십억의 사람들이 계산능력, 저장능력, 접속능력을 가진 모바일 기기로 연결되고 이 연결이 인공지능, 로봇, 센서,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팅, 나노기술, 에너지 저장, 양자 컴퓨터 등의 기술로 강화되는 것이 4차산업혁명의 모범적 사례이다. 이 혁명을 3차산업혁명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혁명으로 보는 이유는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이 만드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는 우리 개인 삶에 효율과 기쁨을 준다. 택시를 부르고, 물건을 사고, 지불을 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등 모든 생활 행위가 빠르고 편리하며 원격으로 행해진다. 공급자 측면에서도 기술 혁명이 일어난다. 수송과 통신 비용의 절감으로 글로벌 물류 공급망은 훨씬 효율적이 되고 무역비용이 줄어든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와 동시에 4차산업혁명은 노동시장의 붕괴에 의한 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 모든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신하면서 노동에 의한 소득과 자본에 의한 소득 사이의 격차가 더욱 커진다. 긍정적 예상이 지배적일지, 부정적 예상이 지배적일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슈밥 교수는 이것 하나는 확신한다고 했다. 미래에는 자본보다 창조적 재능이 더 중요한 생산요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이 확신에 따르면 고기술/고소득 노동시장은 커지지만 그 외 중간 또는 단순 기술 시장은 작아진다.

4차산업혁명은 공유와 수요 대응 등의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로 기존의 산업 구조를 파괴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기술로 접속이 되며 소비자와 자산과 데이터를 연계하여 기존과 전혀 다른 소비 방식을 창조한다. 혁신을 방해하는 기존 사업자 및 정부 규제의 장애물은 가치를 창조하는 질, 속도, 가격 등의 혁신적 개선으로 넘어선다. 4차산업혁명은 우리의 정체성도 파괴한다. 사생활, 소유의식, 소비형태, 일하는 시간, 노는 시간, 직업, 사람 만나기 등 모든 것이 바뀐다. 변하는 것의 리스트는 끝이 없다. 왜냐하면 우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슈밥 교수는 4차산업혁명을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으로 보았고 인류의 의무는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안내하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가 잘못 안내한다면 4산업혁명은 인류를 로봇으로 바꿔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빼앗아갈 수도 있고 우리가 잘 안내한다면 인간만이 가진 숭고한 본성인 창의력, 사랑, 서로 돕기 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곧 중학교를 가는 아이에게 장래 어떤 직업을 추천해주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슈밥 교수의 4차산업혁명 전망을 떠올린다. 현재의 모든 개념이 파괴되는 미래에는 지금 좋게 보이는 직업이 없어 질 수도 있고 지금 별로인 직업이 각광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어려운 전망 속에서 그래도 한 가지 확신이 가는 것은 슈밥 교수가 강조한 창의력을 기르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기를 환경이 제공되는지 비관적이다. 아이는 매일 학원을 다니며 주어진 숙제를 푸는 로봇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스스로 문제와 과제를 만들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혼을 빼앗기 전에 이미 우리 교육이 아이의 창의적인 영혼을 빼앗아버렸다. 4차산업혁명이 현실이 되는 미래로 우리 아이들을 잘못 안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 보행·친환경개인교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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