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 예산이 줄줄이 삭감돼 내년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 건 유감이다.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도 과학벨트 최종 예산은 4876억 원으로 요구안보다 1746억 원이 줄었다. 과학벨트 거점지구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 2차 건립 설계비를 단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한 게 가장 뼈아프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할 때만해도 낙관적이었건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IBS는 2단계 건립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1년까지 현재 5개 연구단을 15개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희망사항에 그치게 생겼다.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하고, 기초연구와 비즈니스가 융합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호가 무색하다. 과학벨트는 대한민국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성 중인 신개념의 국가 성장거점이다. 대덕특구에 자리 해 충청의 기대가 남다르건만 지역발전의 동력으로도, 국가경쟁력 강화의 원천으로도 기능하기 어렵게 생겼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와 여당의 무관심과 홀대는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편성 단계에서부터 당초 계획 보다 크게 감액돼 국회로 넘어왔다. IBS에서 현장 국정감사를 진행한 뒤 그나마 숨통이 틔일 여지가 생긴 건 과방위 의원들이 기초연구야말로 국가백년대계라는 공감대를 이룬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예결특위에서 대폭 삭감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무슨 특별한 정치적 배경이라도 작용한 건 아닌 지 의문을 품게 한다.

사실 과학벨트 예산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부터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은 "전(前) 정권에서 시작된 사업이라 잘라낸 것이냐"고 예산 삭감 배경을 추궁한 바 있다. 한국당 등 야권과 달리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배경이 영 석연찮다. 적폐 청산 놀음 때문이었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정치 논리에 기초연구환경이 고사해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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