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를 구매한 직장인 최모(42·서구 갈마동) 씨는 얼마전 황당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본인의 차량을 충전해야 하니 현재 충전중인 최 씨의 차량을 이동주차해달라는 것이다. 최 씨는 "내 차도 충전해야 하는데 본인차를 충전해야 한다며 막무가내로 차를 빼라는 전화가 걸려왔다"며 "서로 얼굴을 붉히기 싫어 빼주긴 했지만 기분이 매우 상했다"고 토로했다.

대전지역 전기차량 충전소가 부족하면서 차량 소유주간의 갈등이 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놓고 일부 공동주택에선 전기차 전용주차 구역 설치를 놓고 찬반논란도 빚어진다. 가뜩이나 부족한 주차면에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전을 다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비워주지 않거나 사용 후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등 미숙한 충전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구의 한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처음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때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다"며 "일반차량의 주차면도 부족한데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이 필요하냐는 의견 때문이다. 물론 대표회의를 통과하며 전기차량 전용구역은 설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기차 충전 구역 내 일반차량을 주차하면 이를 단속해야 하는 법규가 없는 점도 주민들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전기차를 소유중인 김모(38·유성구 원신흥동) 씨는 "(우리 집에서)일반차량이 전기차 전용구역에 주차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제는 매 번 빼달라고 하는 것도 일"이라며 "단속 규정이 마련돼 일반 차주들이 알아서 주차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차량 소유주들의 매너도 필요해 보인다. 충전을 마치고 차를 빼지 않는 차량도 있고, 충전시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일부 충전소의 경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충전소로 운영키로 하고 설치했지만, 공동주택 정문의 차단기에 가로막혀 외부인은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최근 공동주택 등에서 이와 관련한 민원이 종종 제기되고 있다는 게 대전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전기차량이 늘어나면서 (충전소와 관련한) 주민간 갈등이 나타나고 민원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와 관련된 사례를 파악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조치가 있다면 개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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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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