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때문에 산과 들도 신음하지만, 잘 낫지 않은 기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감기처럼 시작하지만 보름이 넘어도 낫지 않고, 대화할 때 잦은 기침으로 불편하며, 심할 경우 잠까지 설치는 일도 잦아진다. 이런 기침의 특징을 보면 목구멍이나 가슴에 눌러 붙은 듯 한 가래가 있거나 뱉어내면 배출할 수 있는 정도의 가래, 큼큼 소리를 내는 정도의 목의 이물감 등이 있다. 또 기침은 한번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이어지거나 여러 번 나눠서 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폐를 `교장(嬌臟)`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교(계집아이 교)는 사춘기의 소녀을 의미한다. 그만큼 폐는 사람에 비유하면 활달하지만 잘 토라지기도 한다는 뜻이다. 폐로 들어오는 공기는 언제나 습도와 온도가 일정치 않지만 기관지로 들어와서는 일정하게 유지되야 하는데 습도 및 온도가 맞지 않으면 기침을 하게 된다. 또 기관지에 체액이 적어도 기침을 통해 가래를 생성·배출하려 하고, 기관지에 가래가 많아도 기침을 하기 때문에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침은 폐가 괴로움을 표현하는 신호다.

이처럼 미세먼지로 인해 오랫동안 낫지 않는 기침은 여러 원인에 의해 기관지에 적절한 체액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기침을 억제하는 약이나 객담을 묽게 해 쉽게 배출하게 하는 일반적인 약이 무효한 경우가 많다. 도라지, 무, 배 등 기침에 좋다는 민간요법 또한 이런 경우에서는 효과가 안정적이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이때 폐의 진액과 혈액을 공급하고 순환되지 못하고 정체된 흉강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기능이 저하된 다른 장기 즉 위장(胃腸) 또는 간신(肝腎)의 기혈(氣血)을 도와주거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 체질적 경향에 맞춰 처방을 한다.

보중익기탕춘방, 맥문동탕, 소청룡탕 등 수 천년동안 사용된 검증된 여러 다양한 처방들을 기본으로 개인별 몸 상태에 맞춘 한약을 투여하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정에서는 맥문동이나 수세미, 오미자 등을 따뜻하게 해 자주 복용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따뜻한 물은 한 번에 마시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마시고 폭식, 과식을 피하고 익히지 않은 음식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마스크를 장시간 쓰고 있으면 필터링효과로 호흡이 힘들어져 호흡량이 줄어든 상태가 될 수 있으므로 공기가 좋은 곳에서는 잠깐 벗어도 좋다. 잦은 기침을 완치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외부 오염물질이나 개인차이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우리의 폐는 모두 기침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잦은 기침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서는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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