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룬파(周潤發). 영화 `영웅본색`으로 유명한 주윤발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 액션영화의 전성기를 가져온 배우다. 워낙 주윤발이 돋보여 많은 이들이 주인공으로 알고 있지만 시나리오상 장국영과 적룡이 주인공이다. 영화 속 그의 모습을 따라 거리에는 썬글라스와 바바리 코트 패션이 유행했고 학교에는 성냥개비를 입에 문 남자 중고생들이 넘쳐났다.

1955년 홍콩에서 태어난 주윤발은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상점 직원과 우편배달부 등으로 일했다. 1972년 친구의 권유로 연극배우로 처음 데뷔했고 TV 단역 배우로 출연하다 1980년 드라마 상해탄이 인기를 끌면서 스타가 됐다. 그러다 1986년 `영웅본색`에 출연해 아시아 톱스타로 떠올랐다.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은 그는 대스타답지 않게 검소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인다. 아내로부터 매달 20만원도 안되는 용돈을 받아 쓰고 평소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난해 10월에는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 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8100억 원이라는 숫자는 압도적이지만 그가 보여준 영웅본색은 이를 넘어선다. 오우삼 감독은 영웅본색을 찍기 전 어느날 신문에서 주윤발이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는 기사를 읽고 만남을 가졌다. 오우삼은 후일 인터뷰에서 "따뜻한 마음씨와 현대에 잃어버린 의협과 기사도의 풍모가 느껴졌다"며 주윤발을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주윤발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알 수 있는 또다른 일화가 있다. 그는 허름한 단골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일어서 사진을 찍자 다가오면 손사래를 친다. 자신이 일어나 그 테이블로 걸어가 앉아 함께 사진을 찍는다. "팬들은 아주 오랫동안 나를 좋아해줬다. 내가 사진을 찍는 데는 2초도 걸리지 않는다."

윤(潤)은 `적시다`란 뜻과 함께 `은혜를 베풀다`라는 의미가 있다. `펄쩍 뛰어 오르다, 꽃이 피다`라는 발(發)과 합쳐져 나눔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의 삶이 이름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설날을 앞두고 청양군에선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이웃돕기 성금을 냈다. 예산군에선 자신의 연금보험을 기부한 익명의 독지가 소식이 전해졌다. 어려움 속에서도 남을 돕는 것. 진정한 영웅의 품격이다.

지방부 이용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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