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홍역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도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대전시는 지난 4일 감기 증세를 보인 20대 남자가 정밀검진 결과 어제 홍역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의 남자는 지난달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기침과 콧물, 발열 증세에 이어 홍역 의심 증상인 피부염증까지 나타나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홍역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날까지 전국에서 확진된 홍역환자는 모두 55명에 달한다. 주로 유럽과 동남아 등 외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국내 2차 감염 환자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지난 2000년-2001년 전국에서 5만 5000명 이상의 홍역 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후 홍역 퇴치 장기 계획을 세워 대대적인 예방접종을 벌인 결과 2006년 퇴치를 선언했고, 2014년 WHO 홍역 퇴치국가로 인증을 받았다. 그런데도 홍역이 다시 번지고 있는 것은 유럽과 동남아지역 홍역 창궐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발생한 홍역은 8만 2000여 건으로 전년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동남아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현재까지 필리핀에서만 2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방역당국은 홍역 발생이 이들 나라를 여행했다 감염된 뒤 국내에까지 전파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2군 법정전염병인 홍역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도 전파된다.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이 환자와 접촉하면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고 한다. 대전 홍역 환자가 그동안 접촉한 사람은 50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병원 진료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도 다수 접촉했다고 한다. 다행히 이들 가운데 홍역 의심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아직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지속해서 관찰하고 누락된 접촉자가 없는지도 추적해봐야 한다. 전염성이 강한 홍역은 초기대응이 확산 여부를 가름한다.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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