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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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권 학생들이 김치 만들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연구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오는 15일 오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석사 우수 논문상`을 타는 마리아 호세 레예스 카스트로(25·사진)씨는 `초보자를 위한 김치 모니터링 도구`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코스타리카 출신인 유학생 마리아 씨가 `김치 타이머`라고 이름 붙인 도구의 핵심은 모바일 앱과 스마트 센서를 이용해 김치의 숙성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갓 담근 김치 통속에 스마트 센서를 넣고 모바일 앱을 연결한 뒤 수소이온농도(ph) 변화를 관찰해 숙성에 필요한 기간을 예측하는 원리다.

사용자가 입맛에 따라 원하는 숙성 정도나 염분 농도를 사전에 설정해두면 모바일 앱은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는 시점을 날짜와 시간 단위로 예고해준다.

석사 논문 연구로 제작된 `김치 타이머`는 현재 배추김치에 최적화돼 있지만, 데이터 수집 여하에 따라 백김치, 갓김치 등 다른 종류의 김치에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부터 소금 등의 재료를 적당히 넣었는지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해 연구를 확장시킬 수 있다.

마리아씨는 김치를 직접 담그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보며 레시피를 익혔고, 관련 논문들을 통해 발효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김치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며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인 김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택진 산업디자인학과장은 "연구의 디자인적 가치와 실용성은 물론 코스타리카 학생이 네덜란드 교수의 지도를 받아 김치 관련 연구를 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리아 씨는 지난 1월 첨단 농업분야 국내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오는 5월에는 결혼도 앞두고 있다. 백년가약을 맺을 상대는 8년 전 마리아 씨에게 KAIST를 소개했던 노승한(29)씨다. 캠퍼스에서 꿈과 사랑을 함께 키워온 예비부부는 15일 학위수여식에서는 나란히 학위모를 쓴다. 승한 씨는 나노과학기술대학원에서 통계 물리학 분야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는다.

마리아 씨는 "KAIST에 입학해 많은 기회를 얻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이 그립겠지만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떨어져 사는 것이 쉽지 않은데 먼 곳에서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아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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