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아름답다. 특히 조용한 침묵과 함께 스며드는 음악은 마음의 문을 거부감 없이 쉽게 열리게 한다. 가끔은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산보하듯 정겨운 어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시(詩)와 함께….

음악과 시는 절묘한 만남이다. 태생은 소리와 글,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두 가지 모두 침묵 후에 태어나는 고귀한 생명체다. 시인보다는 음악가들이 자신의 음악에 시를 즐겨 사용한다. 시는 음악의 멜로디와 하모니 때문에 새로운 옷을 입고 색다른 매력을 얻게 된다. 음악은 시의 운율과 의미 있는 가사로 인해 생기 넘치는 입김과 호흡이 생겨나고 표정이 다채로워 지며 심오함이 더욱 깊어진다.

슈베르트(F.Schubert, 1797-1828)는 시를 무척 사랑했다. 흔히 `가곡의 왕`이라도 한다. 그는 기교적이거나 과장된 표현을 피하면서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느낌의 서정미 넘치는 선율을 쏟아낸다. 그의 선율은 시와 만나서 예술가곡(Lied)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예술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당시 화려했던 독일 시문학의 발전은 슈베르트에겐 커다란 행운이었으며 슈베르트음악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다. 시와 선율 그리고 깊이 있는 피아노 반주는 적당한 무게감으로 의미 있게 동행하면서 더욱 더 표현을 극대화 시킨다.

특별히 나에게 감동적인 가곡은 `음악에게(An die Musik)`이다. 음악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슈베르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쇼버(F.Schober)의 시다. `그대 사랑스러운 예술이여…. 그대의 달콤하고도 신성한 화음은 보다 행복한 때의 환희를 내게 열어줬다. 그러기에 나는 그대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이다. 단순하고 특색 없는 노래와 반주는 음악적 감성이 풍부한 슈베르트의 수많은 다른 가곡에 비하면 초라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슈베르트는 아마도 음악에게 바치는 노래에 음(音)을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과장하는 것이 의미가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음악예술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가득한 아름다운 가곡이다. 음악에게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진실 되고 소박한 정서가 음악가인 나에게 잔잔한 감흥을 준다.

이운복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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