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앞두고 역할·존재감 부재

`선량(選良)`은 국회의원을 달리 부르는 말로, 사전적 의미로는 `뛰어나 뽑힌 인물`이다. 뽑아놓고 보니 `뛰어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국회의원(選良)이 아니기에 주권자들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그 직을 거둬가야 한다는 말과 다름아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당에 적을 둔 충청 국회의원들을 보면 과연 선량일까 의구심이 든다. 뛰어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들이 뛰어난지 여부를 판단 할 근거가 없어 선량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거다. 무언가 역동적인 활동을 해야 잘잘못이나 뛰어난 지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지, 움직임이 없다면 아무런 평가도 할 수 없지 않은가.

현재 당은 말 그대로 최악이다. 우여곡절 끝에 전당대회 후보등록을 끝내고 본격적인 당권레이스에 돌입했지만, 전대 일정 연기를 둘러싼 후유증이 크다.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당은 전당대회 일정을 보다 신중히 정했어야 했다. 당권주자들 역시 시기에 따른 이해관계가 다르다 해도 절차에 하자 없이 정해진 게임의 룰이라면 이를 따르는 게 원칙이다. 결국 당 선관위의 권위는 크게 실추됐고, 향후 누가 당의 새로운 리더로 뽑히더라도 상처는 남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더해 일부 의원들의 황당한 5·18 폄훼 발언과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은 보수 지지층 조차도 혀를 차는 대목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임에도 충청의 역할이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하다. 충북에 지역구를 둔 정우택 의원과 충남출신인 안상수 의원이 중도포기하면서 지역출신 당권주자는 전무한 상태다. 당권도전은 아니더라도 이번 전당대회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저마다의 역할을 찾아 당을 되살리는데 힘을 모아야 함에도, 눈에 띄는 이가 거의 없다. 심지어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자, 아예 여의도를 떠나 지역구에서 표밭을 다지는 데 골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비 새는 집을 고치지 않고, 저마다 자신의 우산만 만들고 있는 꼴이다. 결코 우산으로는 피할 수 없는 비바람임을 알면서도 `내가 아닌 누군가 집을 고치겠지`라는 안일한 판단에서다.

당과 나랏일에는 무관심한 이들이 과연 지역은 제대로 챙기고 있는 걸까. 세종을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충청인 모두의 염원이다. 하지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예산 확보와 법 개정절차에서 보여준 보수정객들의 행보는 지역 민심에 역행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론 그들은 정부와 집권여당이 `청와대 세종집무실`까지 들고 나온 것은 모두 충청을 기만하는 `정치 쇼`라는 입장이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등 충청현안을 포함해 전국 23개 공공인프라 구축사업을 위한 예타 면제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선거용이라는 인식에서다. 그들의 주장대로 정부여당의 `정치 쇼`라면, 충청의 보수 정치인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제대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요즘 보수정객의 복지부동은 충청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충청에 연고를 둔 보수정치인 모두가 그렇다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럼에도 충청 보수가 비난의 정점에 있는 것은 한국당의 현실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바로 잡지 못하면 당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는 게 보편적인 보수 민심이다.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당 사정을 감안하면, 충청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평상시 뒷짐지고 느리게 걷기도 하지만,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가장 먼저 분연히 일어서서 전면에 나서는 게 충청인의 기질이고, 우리 지역이 충절의 고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더욱이 지금은 자신을 뽐내기 보다 스스로를 낮춰 모두를 포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당 운영이 절실한데, 이는 `가운데(中)`에 `마음(心)`이 있는 `충(忠)`청이 적격이다. 주권자에겐 `선량(選良)`임을 입증하고,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당을 살려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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