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국민 공분을 일으킨 공관병 갑질, 공공기관 채용비리 등 공공의 갑질이 끊이지 않은데 따른 조치다. 우월적 지위나 영향력을 행사해 상대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갑질은 대표적 생활적폐로 청산 대상이다.

공공분야 갑질은 주로 지도·감독 등 재량권이 많은 분야에서 발생한다. 정부 조사 결과 공공기관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민간 43%, 공공 34%였다. 공공분야 갑질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민간은 34%에 이르고, 갑질이 심각한 이유에 대해 민간의 절반가량은 `행정·공공기관으로부터 갑질을 많이 당해서`라고 했다. 그만큼 공공분야에서 부당한 업무처리, 편의제공 요구, 인격모독 등의 갑질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제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공공분야 종사자들의 개인별 갑질 행위 발생 가능성을 자가 점검토록 체크리스트를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자가진단은 개인별, 업무유형별, 직장문화 등 3개 부류 10개 문항에 걸쳐 0점에서 4점까지 배점을 뒀다. 10개 문항에서 30점 이상이면 갑질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고, 21-29점이면 갑질 발생 가능성이 높다. 11-20점은 보통, 10점 이하면 갑질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내용이 개별기관의 특성에 맞추기보다 천편일률적이다. 갑질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긴 하지만 공직생활 경직화와 무소신을 가져올 소지가 많다. 점검할 내용이 이미 공무원 행동강령에 모두 포함된 것들이 대부분이고, 공공 종사자들이 당연히 지켜야 할 덕목들이란 점에서 자가 진단이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점검 자체가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갑질 행위 가능성 자가 점검은 공공 종사자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는 될지언정 드러낼 만한 기준표는 아니다. 자가 진단내용이 공공 종사자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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