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나는 `깸`의 글쓰기를 통해 나이 든 사람도 얼마든지 처녀 총각처럼 생동할 수 있다고 썼다. 오늘은 그런 `봄 처녀` 한 사람을 소개하고 싶다. 글쓰기 교실에서 만난 `큰언니` 얘기다.

누군가는 `100세를 살아보니 60세부터 75세까지가 가장 좋은 나이더라`고 했다지만, 83세 큰언니는 `언니`라는 말이 썩 어울릴 만큼 멋지고 역동적인 삶을 산다. 일주일에 이틀은 운동하고, 하루는 노래교실에 가고, 또 이틀은 글쓰기 공부를 한다. 수년간 문예지에 수필도 기고해왔다. 어릴 적부터 쌓아온 독서와 영화감상 이력이 글에 녹아들어 언니의 글은 단정하면서도 깊이 있다.

이제 좀 쉬며 지내지 왜 그리 바쁘게 사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더러 있단다. 그럴 때 언니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어른으로 취급받기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삶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고 대답한다.

얼마 전 언니는 절친한 친구를 잃었다. 바라만 봐도 서로 속마음을 알 만큼 가까운 사이였기에 언니의 상심은 컸다. 시간의 냉혹함과 자연의 이치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란 도무지 항체가 생기지 않는 독감 같았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언니는 `노년을 보내며`라는 글 한 편을 썼다.

`떠난 친구도 내가 이토록 오래 우울해 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시작한다. 할 수 있을 때 젊은이들 속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고, 노래교실에서 `꽃바람 내 인생아`를 목청껏 부르며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큰언니의 낭독이 끝나자 교실은 숙연해졌다. 슬픔을 극복하고 삶을 긍정하려는 언니의 모습이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삶을 성실히 살아온 노년의 글은 이렇듯 자기 고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스쳐가는 무수한 인연과 사건 속에서 자칫 놓쳐버릴 수 있는 깨달음을 꼭 붙잡아 쓴 글은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건네주는 바통이 된다. 이 지혜의 바통을 받은 우리는 기왕에 펼쳐진 삶의 트랙을 더 힘차고 즐겁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들려줄 좋은 문장 하나를 얻기 위해 큰언니는 습작과 퇴고를 거듭한다. 이런 열정 때문인지 언니의 삶과 글은 늘 `새 풀 옷을 입은` 듯 싱그럽다. 멋진 노년, 봄 처녀 `큰언니` 만세다!

마기영 수필가, 대전시민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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