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대한민국이 OECD 나라 중 자살률 1위였다는 건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특히 2012년 통계에서는 OECD 평균에 비해 2.6배 높은 1등이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OECD 2위를 기록했다.
이것은 자살률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한국보다 자살률이 더 높은 리투아니아가 새로 OECD에 새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자살률은 OECD를 넘어 전 세계 순위에서 최 상위권에 있다. 자살은 현대로 올수록, 즉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거주하는 사회가 조밀해질수록,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자살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자살하는 심정이 오죽할까? 그럼 이들은 세상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 슬픔, 괴로움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일까?
자살하는 사람들의 상당부분은 고통스러운 상황 때문에 자살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살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지난 5년간 우리 사회에서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40분마다 한 명씩 자살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단양군의 한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1명이 숨졌다.
단양군의 한 주택에서 남편과 아내, 아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친척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들은 숨졌다.
이처럼 이 가족들은 자살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희망 없는 사회로 여긴 이유가 무엇일까?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를 어떻게 규정할지 궁금해진다.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라면 죽어서 가는 지옥이 아니라 살아서 경험하는 지옥일 수 있다.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야 알 수 없지만 희망을 발견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고통을 쉽게 표현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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