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정부대전청사 산림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산림사업유공자 포상 전수식`에서 송중관(왼쪽) 씨가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뒤 김재현 산림청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지난 12일 정부대전청사 산림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산림사업유공자 포상 전수식`에서 송중관(왼쪽) 씨가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뒤 김재현 산림청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산을 팔아 돈벼락 맞아 죽느니 오래도록 나무와 벗 삼아 살고 싶구나."

2대째 나무를 심으며 산을 가꿔온 송중관(63) 씨는 선친의 이 말씀이 호된 꾸지람이자 유훈(遺訓)처럼 여겨져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벌거숭이 민둥산을 사들여 정성으로 나무를 심고, 울창한 산림을 일궈낸 아버지 앞에서 저자의 속된 셈법에 잠시나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송 씨는 그 길로 선친이 그랬듯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나무심기와 숲 가꾸기에 인생을 바쳤다. 그러는 사이 강산이 세 번 바뀌었고, 올해 산림청은 송 씨에게 산림자원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안겼다. 2010년 우수독림가로 `산업포장`을 받은 선친 송희용(1923-2013년) 옹에 이어 아들까지 2대가 산림사업 유공으로 정부 포상을 받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송 씨 부자의 나무사랑은 51년 전인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 중구 옛 충남도청 인근에서 송암내과를 열어 성업 중이던 송희용 선생은 중구 목달동에 있는 159만 4711㎡(48만 2400평) 면적의 민둥산을 사들인다. 이후 선생은 병원 수입을 탈탈 털어 나무심기에 나섰고 황량하던 산은 150만 그루에 달하는 낙엽송과 잣나무, 편백나무, 매실나무, 밤나무 등으로 가득 찼다.

축구장(7140㎡) 223개를 만들고도 남는 넓은 민둥산이 한사람의 순수한 열정과 희생을 광합성 하듯 양분으로 빨아들여 푸르른 숲으로 거듭난 것이다.

1987년 선친으로부터 산을 상속받은 중관 씨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에서 좋은 대학 나와 20여 년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한 중관 씨는 퇴직 후 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하며 벌어들인 돈을 산에 쏟아부었다. 1980년대 두 차례 큰 홍수로 수만 그루 나무가 쓰러지는 아픔을 겪고 나선 자비로 임도를 만들고 산지사방 작업을 했다.

정성 들여 기른 나무를 지역사회와 함께 공유하는 나눔활동도 한창이다. 2014년 한밭수목원 동원 관목원에 대형 단풍나무 1그루, 이듬해에는 충남대병원에 소나무와 단풍나무 17그루를 기증했다.

최근 들어선 대전 둘레길산과 이어지는 목달산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지자 등산로를 정비하고 쉼터를 조성하는가 하면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학생들의 실습림으로 산림을 개방했다.

지난 12일 산림청 주관으로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2019 산림사업 유공자 포상 전수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임업후계자 송중관 씨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산을 가꾸고 지켜온 세월이 벌써 30년을 넘겼다"며 "잘 자라난 나무들이 숲을 이뤄 맑은 공기를 뿜어내는 대전의 허파 기능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송 씨는 "지금까지 숲을 가꾸고 지키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친의 유지와 숲에 대한 사랑, 사명감으로 버텨왔다"면서 "초목으로 뒤덮인 숲을 만들어 대전시민들이 좋은 공기를 마시게 한다는 보람으로 조림에 전념해온 만큼 앞으로 숲을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부연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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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업후계자 송중관 씨가 선친과 자신이 가꾼 숲속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송중관 씨 제공
임업후계자 송중관 씨가 선친과 자신이 가꾼 숲속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송중관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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