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와 돌고래는 물고기 중에 지능이 가장 뛰어난 편이다. 돌고래 지능지수(IQ)는 약 80으로 알려져 있다. 지능은 비슷한데 둘의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다. 상어는 최상위 포식자답게 강한 이빨을 가지고 무엇이든 공격을 해댄다. 상어에게 공격당하면 누구든 빠져 나올 방법이 없다. 공격대상을 찾는 눈도 무시무시하다. 따라서 상어는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이다. 영화 조스는 이런 상어에 대한 공포심을 소재로 삼은 공포영화의 대명사다. 한 여름에도 이 영화를 보면 등골이 서늘해 진다.

돌고래는 인상부터 다르다. 웃는 얼굴이다. 돌고래 쇼는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돌고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서로 협력하면서 안전을 지켜나간다. 일부 돌고래가 자는 동안 다른 돌고래들은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관찰자료도 있다. 최근 동물심리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돌고래들은 사회활동을 중시하며 친구관계를 맺고 친구간에는 서로 배려하며 지낸다고 한다. 상어가 유아독존형 공격자라면 돌고래는 상생형 동반자의 특성이 있다.

최근 영국 앤드루 왕자가 기업생태계를 돌고래 무리처럼 바꿔야 한다고 말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상어수족관(shark tank)이 아니다. 돌고래학교(dolphin school)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는 2014년부터 스타트업 지원을 하는 공익재단 `피치앳팰리스(pitch@Palace)`를 이끌고 있다. 스타트업이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한 신생벤처기업인데, 대부분 자금이 부족한 것이 공통점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벤처기업들이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마음껏 창업을 하려면 기존 기업들이 이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잠재력 있는 젊은 기업가들을 발굴해서 꿈을 이루게 하려면 기존 기업들과 연계를 통해 투자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기업과 신생벤처기업이 협업을 통해 상생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미래의 희망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지난 30여 년은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시대였다. 경쟁을 통해 혁신도 이뤄졌지만 무한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인간성이 메말라지고 협력 협동의 문화가 쇠퇴하고 양극화 심화와 분노사회 확산 등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문화에서는 투쟁과 공격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다. 인류 모든 분야에서 상어 같은 공격형 인물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큰 혼란에 맞부딪치고 나서야 이제 건강한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강자든 약자든 나름대로 소중한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고, 이 것 들이 잘 연결되어야만 생태계가 건강을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다.

이제 전세계적으로 신인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돈이나 물질보다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인간끼리 배려하고 서로 도와야 지속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국 앤드루 왕자가 상어상자가 아니라 돌고래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사조에 근거한 것이다.

지금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 원인을 놓고도 논쟁이 일고 있다. 대기업의 횡포와 약탈이 문제라는 사람들도 있고 중소벤처기업들의 경쟁력이 취약해서 문제라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의 지원이 약해서 스타트업이 어렵다는 주장도 있고 각종 지원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이 일정 부분 양보와 희생을 감수하고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핵심은 상생이다. 윈윈이 되지않으면 정책이든 전략이든 지속불가능이다. 윈윈이 되려면 먼저 상어형 생태계를 돌고래형 생태계로 바꿔야 한다. 상어떼가 우글거리는 바다에서는 희망 대신에 공포심만 확산될 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무한경쟁 승자독식 시대에 형성된 상어형 인간들이 헤엄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거의 상어 단일 어종만 남아서 서로 물어 뜯고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인물들이 너무나 많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도 새로운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내년 총선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상어형 정치인들을 돌고래형 정치인들로 확 바꾸어야 할 것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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