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라춤. 사진=정은혜 무용단 제공
대바라춤. 사진=정은혜 무용단 제공
삼한시대. 전투장에서 지친 무사 하나가 냇물에 피 묻은 갑옷을 씻는다. 갑옷을 씻으며 최후의 전투를 위해 마음을 다잡는 무사. 그런 무사를 지켜보는 아낙네들은 애처롭기만 하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전쟁에 끌려간 남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할 뿐이다. 아낙네들은 갑천 물결의 모습을 거대한 흰 천으로 묘사하면서 대전의 젖줄인 갑천의 전설을 서정 가득한 창작 무용으로 선보인다.

정은혜 충남대학교 교수(안무자)가 제2의 고향인 대전을 위해 19년에 걸쳐 뿌리를 찾으며 안무한 `대전 십무` 중 창작무용 `갑천`의 한 토막이다.

정 교수는 대전시 출범 70주년과 대전방문의 해를 기념해 내달 4일부터 30일까지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과 대전평생학습관 어울림홀에서 릴레이공연을 펼친다. 주말인 4·5·18·19일은 우리들 공원에서, 24·27·28·29·30일은 대전평생학습관에서 총 9번의 공연이 이어진다.

대전 십무는 대전의 설화이야기와 풍습, 인물, 환경, 종교 등에서 얻은 소재로 대전의 뿌리부터 미래까지를 예술로 승화시킨 10개의 작품이다. 1무 본향은 전국 유일의 뿌리공원을 보유한 족보의 메카답게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2무 계족산 판타지는 대전 팔경의 하나인 `계족산 노을`을 남녀의 신비로운 만남으로 풀어냈다. 3무 갑천, 그리움은 갑천의 전설을 소재로, 4무 유성학춤은 무지개를 형상화한 7인의 아름다운 무용수와 온천의 여신 1인, 학 2마리가 함께 어울려 추는 춤으로 유성온천의 기원과 설화가 녹아있는 춤이다. 5무 대바라춤은 `바라`라는 우리 고유의 악기를 들고 추는 춤으로, 100년 역사의 수운교 공양의식 중에 나오는 바라춤 원형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 구성된 작품이다. 6무 한밭규수춤은 봄나들이 나온 한밭벌 여인들이 색색의 옷을 입고 생동감 넘치는 신명의 춤을 춘다. 한국춤에서는 보기 드문 속도감이 넘치는 창작무용이다. 7무 대전양반춤은 학문을 사랑하는 양반과 풍류를 사랑하는 양반의 모습을 대비시킨 작품으로 풍자와 해학이 어우러지는 드라마틱한 춤이다. 여인과 양반과의 관계가 재미있게 묘사돼 잔잔한 웃음을 주는 창작무용이다. 8무 취금헌무는 사육신 박팽년의 지조와 절개를 거문고를 들고 인고의 세월 속에 녹아들게 추는 춤이다. 아픔과 두려움 속에서도 충정을 지키는 박팽년의 인간적 고뇌를 그려내는 창작무용이다. 9무 호연재를 그리다는 대전의 시인인 호연재가 쓴 시를 긴 흰 천에 써서 그 천을 날리며 그 여인으로써의 인생과 정한을 살풀이적 기법으로 표현한 창작무용이다. 마지막 10무 `한밭북춤`은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천문과학과 북놀음, 현대춤으로 융합시킨 흥겨운 판타지 타고 퍼포먼스이다.

탁월한 안무와 수준 높은 무용수, 기묘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완성된 대전 십무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전통예술지역브랜드 상설공연으로 선정돼 동춘당 야외무대와 대전평생학습관에서 총 20회 공연, 1만2000명의 관객을 모집하며 PAF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은혜 교수는 "대전방문의 해에 맞춰 타지역 및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고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야외무대로 장소를 바꿨다"며 "이번 공연은 대전만이 가진 이야기를 어느 도시에도 없는 순수예술무용작품으로 전하는 만큼 대전십무가 대전을 알리는 문화컨텐츠, 대전의 브랜드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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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학춤. 사진=정은혜무용단 제공
유성학춤. 사진=정은혜무용단 제공
본향. 사진=정은혜 무용단 제공
본향. 사진=정은혜 무용단 제공
갑천,그리움. 사진=정은혜 무용단 제공
갑천,그리움. 사진=정은혜 무용단 제공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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