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MRI 검사비 전국 상위권

MRI. 사진=게티이미지뱅크
MRI.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성소화불량 증세가 심한 회사원 A씨는 올해 초 대전의 한 대형병원에서 복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했다. 복부 부위 촬영이 국민건강보험에 적용을 받지 못해 가격이 비쌀 것이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어떤 질병이라도 찾고 싶다는 마음에 카드를 긁었다.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진료 후 받은 영수증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타 지역 병원에서 비슷한 MRI 촬영을 한 지인보다 20여만 원 더 비싼 검사비를 부담했기 때문이다.

대전 지역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MRI 검사비가 전국 광역시급 도시 중에서도 유독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뇌·뇌혈관 MRI가 건강보험에 적용돼 의료비 걱정이 줄었지만, 여전히 대다수 MRI가 비급여 대상이라서 지역 환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안면 촬영 두경부 MRI의 대전 지역 평균 검사비는 52만 8240원이다. 이는 전국 평균(49만 73원)보다 비싸고 서울(54만 3065원), 울산(53만 3905원)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척추 일부(경추, 흉추, 요전추 동시촬영) MRI의 경우 대전 평균 진료비는 86만 1600원으로 나타나 전국 평균(65만 6584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99만 2581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진료비가 비싸다.

A씨가 촬영한 복부 신장 및 부신의 경우엔 대전이 서울(56만 7152원)에 이어 두 번째(54만 8200원)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대다수 항목에서도 대전 지역 의료기관의 MRI 촬영비가 전국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뇌·뇌혈관 MRI의 건강보험 적용에 의료비 부담 감소를 기대했던 지역 환자들의 기대와 다른 모습이다.

올해부터 두경부(눈·귀·코·안면), 복부, 흉부, 전신 등 MRI가 건강보험에 적용돼 의료비가 줄어들 예정이지만, 여전히 다수 부위의 MRI 촬영은 비급여 대상이다.

주부 정모(35)씨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MRI 검사비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검사비가 크게는 수십만 원이 차이나면 굳이 지역 의료기관을 찾을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시민 김모(37)씨는 "일부 병원은 노후 의료장비로 진단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료비가 부담되더라도 서울 대형병원을 찾는 이유를 지역 병원들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역 의료기관은 MRI 장비 운영과 유지 비용 등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역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고가의 장비와 의료질이 병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검사비의 차이가 있다"며 "촬영 시간도 평균 1시간 안팎이라서 하루에 진료 가능한 환자의 수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의사가 판단해 MRI가 필요할 경우에만 촬영을 권하고 있다"며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의료계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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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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