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은 영재학교 교사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주제다. 많은 사람이 사교육의 원인으로 영재학교를 지목하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없어서 더욱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도 사교육이라는 주제를 꺼내 든 것은 최근에 알게 된 사교육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이다.

최근에 입학 후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찾기 위해 1, 2학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아침밥은 얼마나 잘 챙겨 먹는지,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에서의 독서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과 함께 사교육을 처음 시작한 시기는 언제부터이고 과학고나 영재고를 목표로 운영되는 사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가 언제인지 등을 물었다. 다양한 질문을 통해 얻은 정보들을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보기 위해서다.

내심 사교육을 받은 기간이 길수록 더 높은 학업성취도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독서나 아침밥을 잘 챙겨 먹는 것도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의외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학업성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과제집착력이었다. 흔히 영재성을 이야기할 때 창의성과 함께 거론하는 그 과제집착력이다. 너무 교과서적인 결과가 나와서 필자도 믿기 힘들었다.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이 극소수였기 때문에 사교육의 여부는 분석할 수 없었다. 오로지 사교육을 받은 기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만 분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교육을 처음 시작한 시기나 영재학교 입학을 위해 운영되는 사교육을 시작한 시기는 학업성취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사교육으로 선행을 많이 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학교생활을 한다. 노력 대비 성적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학생들일수록 과제집착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제집착력이 입학 후 학업성취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변인이기 때문에 과제집착력의 저하는 학업성취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사교육이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사교육을 받을수록 반드시 과제집착력이 떨어진다면 사교육 기간이 학업성취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교육에 의한 선행이 반드시 과제집착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사교육을 받은 기간이 짧은 학생들은 어떨까? 이런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학기 초 학교생활이 힘들다. 같은 수업을 받는데 선행을 많이 한 학생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였을 때 학생들의 선택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 과제집착력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선택과 포기해 버리는 선택이 그것이다.

뛰어난 과제집착력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추론하건대 사교육을 오랫동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의 비율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사교육 기간이 학업성취도와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사교육 정도와 관계없이 과제집착력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학생이 좋은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낮은 학업성취도를 받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덜 받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더 힘들어 하기 때문에 부모로서는 어떻게든 사교육을 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꿈을 키우기보다는 무작정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오늘도 학원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들의 눈에는 사교육을 통해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과 사교육을 받지 않아 힘들어하는 학생만 보인다. 사교육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이나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도 탁월한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학생은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를 분석한 필자도 믿기 힘든 결과를 부모들과 학생들이 단번에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없게 된다. 사교육을 향한 부모의 눈이 자녀의 적성과 꿈, 미래 사회의 경쟁력 등으로 바뀌는 사회를 기대하며 오늘도 작은 돌을 던져본다.

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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