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서 국어시험이 어려워지자 국어공부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 내신시험에서도 국어 과목은 변별력이 아주 큰 과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외적으로는 교육에 긍정적 영향도 있지만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요즘 대체로 비법이 있다느니, 점수가 몇 점이 오른다는 식으로 결과와 요령 위주의 과장으로 현혹을 하고 잘못된 공부 방법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하느님이 내려와도 교재와 강의만으로 그렇게 확실한 결과를 보장받을 수는 없다. 국어교육의 메카니즘은 근본적으로 `언어`라는 복잡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언어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언어요소들 간의 다양하고 유기적인 협동현상에서 언어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단순히 특정 개념이나 지문을 단편적으로 익힌다고 해서 언어능력이 총체적으로 증가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물론 시험도 사람이 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험과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특히 국어과목의 경우는 지문을 교과과정으로 한정한다고 해도 출제자의 출제되는 어휘를 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어 내신성적, 모의고사 점수가 갑자기 곤두박질치거나 평소에 점수의 낙폭이 10점 이상인 경우는 전체적인 국어학습의 균형과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이때는 당장 임시방편의 길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선택지에 시나 시조를 제시하고 유사한 정서나 시어를 찾으라는 문항에서 자주 틀리는 학생은 문제 원인을 시와 시조의 감상능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진단할 수 있다. 이때 학생들은 `시문학`, 혹은 `고전시가` 등의 키워드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게 된다. 위와 마찬가지로 시중 교재나 인강, 학원, 과외 등을 탐색하고 좋은 평가와 유사한 문제해결 사례를 찾고 도전한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시문학, 고전문학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모든 시를 암기하거나 익히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문학 감상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평소 독서를 생활화하는 것이 지름길이며 제대로 된 감상방법의 기준을 세우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시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또, 서사문학에서 인물이 처한 상황에 맞는 관용어를 한자성어로 제시하고 답을 찾으라고 하는 문제를 틀렸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문제를 두 번 이상 틀린 기억이 있는 학생은 머릿속에 자신의 문제를 `한자성어`, `어휘력`이라는 키워드로 각인시킨다. 이 키워드로 해결방법을 찾으려 고민하다가 한자성어집, 국어어휘력 문제집을 사서 풀거나 어휘 관련 인터넷강의나 학원강의, 또는 한자과외를 성급히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선택한 공부방법으로 본인이 직접 부딪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육서의 원리를 이해하고 부수부터 익혀야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 그리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한자는 직접 쓰고 익히지 않으면 기억하고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뒤늦게 느낀다. 그리고 결국 돌고 돌아서 한자 어휘학습에 대한 구체적인 동기와 목표의식을 깨닫는 과정도 중요했다는 것도 알게된다. 그 다음 상용한자를 추려 먼저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휘를 추론해 개념별, 주제별, 상황별 사자성어를 정리해 나가면서 익히는 학습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국어학습의 접근태도를 반성해 볼 수가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국어성적이 오르지 않고 특정 지문이나 유형화된 문제에서 자주 틀리는 학생들은 충동적으로 학습방법을 결정하기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깊이 있게 반성하고 진단할 시간을 우선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문제원인을 찾았으면 선생님들의 조언을 통해 카메라 렌즈조절처럼 그 문제의 범위를 확장시켜 보거나 축소시켜 보면서 적당한 거리를 초점화해 보자.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학습방법을 결정하고 관련 정보를 탐색해 최선의 학습방법을 선택하면 학습기간과 목표를 확정하고 집중해 노력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라는 것이다. 국어 교육은 뒤늦게 결실이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어학습은 어휘 추론 습관과 독서 습관이 바르게 잡혀 있어야 비로소 학습효과를 볼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그동안 내내 국어를 등한시하다가 갑자기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해결하려 들다가는 오히려 요령과 결과 위주의 과장광고에 빠져 더 오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국어는 어휘력과 독해력에 대한 기본기를 철저히 진단하고 단계에 맞는 교재와 학습방법을 찾아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해 가는 것이 현명하다.

최강 미담국어논술학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