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폭이 심상찮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최근 연고점을 연거푸 갈아 치우면서 급등 배경을 놓고 우려가 나온다. 투자와 생산, 고용, 수출, 민간 소비 등 경제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저하 같은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 있다. 대외 여건을 탓 하기 앞서 우리 경제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는 등의 근본 처방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82.9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17년 1월 17일(달러 당 1187.3원) 이후 최고치라는 게 꺼림칙하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보면 불과 한 달 사이에 원화 가치가 2.9% 떨어졌다. 경제 규모가 큰 신흥 10개국 중 터키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3번째로 낙폭이 크다. 환율 급등의 요인을 일시적·계절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낙폭이나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환율 상승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수출이 뒷걸음질 치는 상황에서는 긍정적 효과보다 증시 등 금융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훨씬 크다. 당국은 시장개입에 의한 미세조정에 나서는 걸 시사하고 있지만 단기 처방이라는 게 한계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이나 투기 세력의 시장 교란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413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믿고 안이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구조적 요인에 주목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가뜩이나 저출산 여파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고, 투자 부진으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지 오래다.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뒤 외환시장의 `셀 코리아`가 두드러진 건 투자자들이 그만큼 한국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미중 무역갈등의 향배에 주목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되 성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경제활성화 정책을 미루다간 `펀더멘탈(기초체력)` 마저 바닥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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