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중 혜광 스님
원중 혜광 스님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의 귀한 진리를 어찌 먼 곳에서 찾을 것입니까? 마음 열어 풀어놓는 그곳에서 깨달음이 싹틉니다. 부처란? 이미 다 알아버린 사람이 아니라 거듭 묻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몇몇 신도님들이 저녁 늦게까지 절에 기도를 하러 왔다가 제 방에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셨습니다. 제가 주지로 있는 `화암사`에는 거사님(남자 재가 신도)들도 제법 있어서, 퇴근 후 늦게 기도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밤늦게까지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럴 때는 종교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거사님들과 얘기할 때는 대화의 주제가 자녀 양육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조직생활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이 "갈수록 사회생활 하기가 힘들다"면서 마음의 어려움을 호소하고는 하십니다. 이럴 때면 저는 보이차나 녹차를 함께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지금과 자신에 집중하라는 말씀을 드리곤 하는데, 많은 신도님이 이런 소소한 접대를 받고도 고마워하시며, "좋은 말씀과 함께 동양차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신도님들이 보이차나 녹차의 깊은 맛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신앙에 귀의할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여유로움 한가운데서나 느낄 수 있는 느낌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고 계신지요. 혹시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요. 거사님들의 말씀처럼 우리의 사회생활은 왜 이리 힘들까요?

사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은 당연히 나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판이 중요하다는 생각,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이 내 삶과 감정의 주인공이 돼버립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함으로써 우리는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되고 항상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피곤합니다. 단지 사람과의 관계뿐만이 아닙니다.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할 때,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 놓일 때 등 수동적인 삶은 항상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수반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는 이미 불성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불성을 밖이 아닌 자신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불성을 찾아내면 삶의 주인공이 돼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많은 순간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내 생각이나 감정을 살펴보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거나 매몰되지 않도록 하고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아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도 모두 깨어있음에 속합니다.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살펴보는 것은 명상에서 하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삶의 행복으로 나타납니다.

때때로 우리는 깨어있지 못함으로써 많은 불행의 씨앗을 자초합니다.

뒤에서 경적을 울린다고 차에서 내려 뒤차로 가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순간을 참지 못하여 내 마음에 독을 품는 사람들 역시 모두 깨어있지 못하여 부정적인 마음에 물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깨어있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마음에 물을 주지 않습니다. 깨어있지 못하면 자신의 무의식과 본능에만 충실해 결과적으로는 불행의 씨앗에 물을 주는 행동을 하게 되고 맙니다.

명상은 나를 깨어있게 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명상에서는 불행의 씨앗에 물을 줄 가능성을 없애는 방법을 연습합니다. 즉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나를 흔드는 생각들은 모두 흘려보내고 행복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마음은 평화롭고 깨어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거사님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신 후, 현관문을 닫고 들어와 거사님들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생각하며 하루를 정리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원중 혜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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