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제공=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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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도박 등 각종 도박에 노출되는 중·고교생이 증가하면서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도박에 중독되는 문제 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 고리사채와 금품을 갈취하기 위한 학교폭력은 물론 중고사기 등 범죄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학교 1-3학년과 고등학교 1-2학년 재학생 224만 6989명을 대상으로 도박문제 수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4만 4950명(6.4%)이 위험집단으로 분류됐다.

이는 2015년 조사 당시 5.1% 보다 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도박을 접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충청권 학생들 중 도박 위험집단은 대전이 2015년 대비 유일하게 0.2% 포인트 하락한 5.6%를 보였다. 세종은 같은 기간 4.4%에서 5.7%, 충남은 8.2%에서 10.2%, 충북은 6.1%에서 10.7%로 급증했다.

돈내기 게임을 한 가지라도 해 본 경험이 있는 재학생들은 뽑기 게임(53.9%)을 가장 많이 했으며, 스포츠 경기내기(15.6%), 카드나 화투를 이용한 게임(11.2%) 등 순으로 응답했다.

최근 들어서는 경험하는 비율은 낮지만 `온라인 내기게임`과 `불법인터넷도박`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온라인용 내기게임은 `주1회 이상 정기적으로 하는 비율`이 39.1%에 달했으며, 불법인터넷도박은 `주1회 이상 정기적인 비율`이 55.7%로 매우 높았다. 이들 온라인 내기 게임이나 불법 인터넷 도박은 단순 내기에 비해 사용하는 금액이 매우 크다. 온라인 내기게임의 경우 평균 25만원으로 2015년에 비해 15만원 증가했으며, 불법인터넷도박은 평균 40만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학생들이 각종 도박에 노출되면서 학생 간 고리사채와 금품갈취를 목적으로 한 학교폭력 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전 지역에서는 지난해 빌려준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를 감금하고 폭행한 A(19) 군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A군은 인터넷도박사이트에 180만원을 입금한 뒤 피해자인 B군에게 이 돈을 사용하도록 빌려줬다. A군은 B군이 돈을 모두 잃고 변제하지 못하자 친구들과 공모해 B군을 청테이프로 묶어 차 트렁크에 태운채 대전 일대를 돌아디니며 돈을 갚도록 협박한 혐의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교 내 학생 간 고리사채 문화도 생겼다. 대부분 10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로 3만-4만원을 때고 일주일 이자가 3만원에 달한다. 이를 갚지 못하면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 관계자는 "청소년 도박은 처음에는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학폭이 발생해서 조사해 보면 그 안에 고리사채 협박이 있고, 일부 학생은 계속해서 압박을 받으니까 중고사기나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된 자료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청소년 도박문제는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역주민들도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지자체에서도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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