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점자블록 앞을 볼라드가 가로막고 있다. 점자블록만 믿고 걷다가는 볼라드에 부딪혀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사진=정성직 기자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점자블록 앞을 볼라드가 가로막고 있다. 점자블록만 믿고 걷다가는 볼라드에 부딪혀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사진=정성직 기자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대전 지역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이 오히려 이들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자블록 중에는 설치 방향이 잘못됐고 점자가 닳거나 파손돼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도 상당수여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은 횡단보도 진입부분에는 점형블록을, 이를 유도하는 부분에는 횡단보도의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선형블록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형블록의 점자가 없으면 위험을 알지 못 할 가능성이 높고 선형블록의 방향이 잘못돼 있으면 위험한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전시와 5개 자치구가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대부분 인도에 점자블록을 설치했지만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자블록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26일 유동인구가 많은 대전시청과 서구청 일대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록 중에는 시각장애인을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로 유도하는 점자블록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장애인자립센터 인근 네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곳의 선형블록은 시각장애인을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볼라드로 유도하고 있었다. 또 시청 인근 인도에서는 시청이나 자치구에서 미관상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화분이 점자블록을 가리고 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점자블록이 중간에 끊겨있거나 점자블록 근처에 빗물 배수구가 있어 시각장애인의 지팡이가 빠질 위험이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만 믿고 걷다가는 볼라드 등 장애물에 부딪혀 부상을 입거나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를 가로지르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와 5개 자치구 모두 관할 구역 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자블록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2-4명의 인력으로 관리하기에는 관할 구역이 너무 넓다. 사실 점자블록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도 정비가 예정된 곳이나 민원이 들어오는 곳에 한 해 잘못된 점자블록을 개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조기엽 대전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교차로 한 가운데로 시각장애인을 유도한다면 그것은 큰 사고로 이어진다. 하루라도 빨리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점자블록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으로부터 지금까지 불편하다는 민원이 단 한차례도 접수된 적이 없다"며 "점자블록과 관련해서는 큰 불편이 없어서 등한시 한 부분도 있는데 논의를 더 해 보겠다"고 답했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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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청 인근 교차로에 설치된 점자블록의 방향이 횡단보도가 아닌 차도로 향해 있다.
사진=정성직 기자
대전 서구청 인근 교차로에 설치된 점자블록의 방향이 횡단보도가 아닌 차도로 향해 있다. 사진=정성직 기자

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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