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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캣] 나는 왜 행복할까?

2019-05-26기사 편집 2019-05-26 17: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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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진학 결정, 삶의 가치 고민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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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학부모 전화를 괴로워하는 교사 관련 신문 기사를 읽었다. 설문 조사 결과 79.6%의 교사들은 근무시간 외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침해 수준이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럴까? 20.5%의 교사들만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것에 찬성한다.

필자는 별종인가보다. 전화번호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다 못해 학부모 카톡방에 초대해 달라고 사정해서 참여하게 됐다. 학생들에게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제발 질문하라고 전화번호 메일, SNS 등을 전부 공개했다. 학부모들은 몇 달 후 학교 일정까지 물어보고 자기 자녀를 위해 일정 조율을 제안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밤 10시, 11시, 심지어 새벽 2시까지 질문을 해온다. 그래도 교권침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즐겁다.

왜 그럴까? 남들은 힘들어하고 피하는 일을 필자는 왜 좋아할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마도 가치관의 문제 같다. 필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질문에 답해주면서 학생들이 깨달아 가는 모습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다. 상담하러 찾아오는 학생을 보면 더 고맙다. 학생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 질의를 받다 보면 힘들기도 하다. 예의를 모르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이기적인 모습을 볼 때면 모든 것을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다. 필자의 가치와 행복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몇 년 전부터 주도하는 교사 연구 동호회가 있다. 통계와 머신러닝에 관심이 있고 학교 문제를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해결하고 싶은 교사들을 모아서 함께 연구한다. 작년 말에는 학회에 가서 논문을 발표했고 교육부에서 추진한 '교육과정수업역량강화 워크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전국의 교사에게 공개했다. 올해에는 새로 참여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프로그램 설치와 기초이론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올해 초 겨울 방학 때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강좌를 열기도 했다. 연구원, 학생, 직장인 등 10여 명에게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 3시간씩 3주에 걸쳐서 논문 쓰는 데 필요한 통계를 설명했다. 논문을 작성하고 있지만 통계를 잘 몰라 고생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고민하고 시간을 투자해 수업자료를 만드는 시간도 너무 행복하다. 요즘에는 유튜브 동영상도 만들어서 공개한다.

필자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들, 일반인을 도와주는 것에 가치를 둔다. 그래서 일을 만들어서라도 그 일을 즐기는 것 같다. 덕분에 방과 후에도 공부해야 하고 주말에도 수업 준비해야 하는 등 늘 정신 없이 살고 있다. 누가 보아도 일 중독이다. 그러나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열정이 앞선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일을 즐기는 사람이 됐을까 생각해봤다. 고등학교 때 진로 진학과 관련해서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돈, 명예, 보람 등 다양한 삶의 가치를 써 놓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고민했고 결국 보람을 선택했다. 보람을 가장 많이 느끼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심해보니 교사가 떠올랐다. 그렇게 사범대에 입학했고 교사가 됐다.

우리 학생들도 이런 고민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어떤 직업인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직업인으로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삶의 가치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요즘 필자는 어떻게 하면 영재학교 학생들도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40대 중반. 여기서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어떨까? 교육을 위해, 학생들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되지는 않는다. 더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못하는 아쉬움은 크겠지만. 가장 크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가족이다. 늘 정신 없이 일만 하는 남편을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가장 미안할 것 같다. 사춘기 들어서 대화가 뜸해진 아이들도 걸리고. 오늘은 온 가족이 모여 외식을 해야겠다.



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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