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家業) 상속세 개편안이 나왔지만 재계나 시민단체 어느 한쪽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어제 당정협의를 갖고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기업의 주장을 수용해 이를 완화하는 `가업 상속지원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가업 상속세를 공제받았을 때 업종과 고용 요건 유지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공제대상 기업의 매출액과 한도는 현행 3000억 원 미만, 500억 원을 유지키로 했다. 가업 승계의 부담은 줄여주면서도 `부의 대물림` 비판은 피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민이나 기업 모두가 상속세 개편안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명품 장수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1997년 도입됐다. 수차례 손질을 거치며 적용 대상과 공제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그런데도 재계에선 요건이 까다롭다며 그동안 요건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정부는 "가업 상속 시 세금부담을 줄이면서도 과세형평성을 함께 고려해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공제대상 확대 등이 빠져 개선 시늉만 냈다"는 불만이고 시민단체는 "소수 고소득층에 대한 부의 대물림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어정쩡하게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된 셈이다.

상속세 개편의 근본 취지는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과 투자 유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상속공제가 부의 대물림을 가능하게 하고 과세형평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다. 재계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어떻게 이를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상속세 개편안은 국회 논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매출액 기준 확대 문제 등은 좀 더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에 활력을 기대한 상속세 개편이 하나 마나 한 개편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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