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설가이자 여행자인 김영하가 출연했다. `여행의 이유`라는 산문집 출간 이후 그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 라는 호기심에 방송을 시청했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게 만드는 김영하와의 대화는 공감과 낭만을 자극했다.

김영하의 신작 `여행의 이유`는 자신이 소설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삶에서 여행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자신을 `여행자`라고도 정의하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총 9가지의 여행 이야기를 싣고 있는데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추방` 이야기였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를 빌려 집중적으로 글쓰기를 할 계획으로 떠난 여행. 하지만 그의 계획과는 달리 공항에서 추방을 당하고 만다. 물론 자발적 추방인 셈이었다. 어이없게도 비자발급을 받지 않았고 결과는 당연히 추방이었다. 중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한국행. 하지만 거기서 또 한국이 아닌 새로운 홍콩여행을 만든다. 이렇게 그의 중국여행은 `추방`이라는 흔치 않은 경험과 시련을 통해 또 다른 여행의 경험을 만들어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여행의 이유`를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세월이 지나 그것을 떠올리고,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이라 말한다. 물론 여행의 이유는 각자가 다를 수도 같을 수도 있고, 일반적으로 정의된 알려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생각에 공감했고, 떠나야 하는 이유가 확고해졌다.

나는 스스로 떠나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늘 여행을 꿈꾼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여행을 떠나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것은 여행의 이유를 생각하기보다 여행을 갈 수 없는 이유에 더 집중해서였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처지와 상황, 그리고 생각들로 여행이라는 그 단순하고 명쾌한 단어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여행을 떠나면 왜 떠나야 하는 지를 그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한해의 절반이 지났다. 올해는 꼭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

황희선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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