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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가족끼리는 질환도 닮는다

2019-06-12기사 편집 2019-06-12 08: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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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아버지를 쏙 닮은 아들, 영락없는 어머니 젊은 시절의 딸, 하다 못해 '발가락'이라도 닮는 그들은 그래서 '가족'이다. 그런데 가족끼리는 외모뿐 아니라 체질, 취향, 심지어 걸리는 질환마저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꼭 체크하는 필수문항, 바로 '가족력'이다. 그만큼 가족력은 미래질병예측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가족 내에서 어떤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생되는 경우를 '가족력 질환'이 있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3대(조부모, 부모, 형제)에 걸쳐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가족력'이 있다고 본다. 집안에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유전성 질환과 혼동될 수 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상 유전자의 전달 여부가 질병의 발생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다운증후군, 혈우병, 적녹색맹 등이 있다. 이런 대표적인 유전병은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될 확률을 예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예방할 방법은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반면 가족력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도 비슷한 직업, 사고방식, 생활습관과 동일한 식사, 주거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일종의 '후천적 유전자'로,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하면 예방이 가능하거나 적어도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으로 고혈압, 성인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비만 등이 있으며 이들 질환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또한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 우선 부모나 가족 중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위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부모 중 한명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면 자식에게 당뇨병이 발병할 확률은 15-20%,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경우는 30-40%까지 당뇨병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암 역시 가족력 질환에 속한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장암 환자의 15-20% 정도가 1대의 친척(형제, 부모, 자식)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고, 전체 대장암 환자의 10-30%는 가족성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대장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나 형제 중 1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 확률은 2-3배 높아지고, 2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그 확률은 4-6배로 높아진다. 특정 질병의 가족력이 있다면 가족 모두가 부지런히 식생활 개선과 운동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 과음, 짜게 먹는 습관이 가족 전체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식습관을 고쳐 혈압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다면 신체 활동을 늘리고 인스턴트식품을 줄이는 식으로 식생활을 개선하도록 한다. 만약 직계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면 4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위·대장 내시경, 유방촬영술 등 조기발견을 위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 중 40세 이전에 성인병이나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보다 이른 나이부터 정기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질환이 부모 대에는 나타나지 않고 숨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부모 대까지의 가족력을 미리 확인하면 막연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

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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