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에게 배운다]박석무 지음·창비·404쪽·1만8000원

시민이 통치자를 선출하고 퇴출하는 사회. `공익에 봉사한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민(民)이 주인이 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개인의 공부는 더욱 절실하다.

`상관의 명령이 공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굽히지 말고 꿋꿋이 자신을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외친 목민심서의 교훈은 200년이 지난 최근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이루기 전 다산의 사상은 재민주권의 회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등불과도 같았다. 다산을 배우며 우리의 주체적인 사상에서 근대적 생각을 만났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의 근거를 다산에서 발견했다.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에도 다산은 탁월한 통찰과 인격으로 대표적인 조선의 지식인으로 숭상받아왔다. 다산의 시대를 멀리 지나왔지만, 그가 꿈꾸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산은 통치자는 백성을 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존재이유가 있고,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군주는 백성의 힘으로 추방할 수 있다는 혁명적인 주장을 펼쳤다.

다산의 삶을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이 단지 이론이나 당위의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산이 목민관으로서 있을 때 관아에 항의하러 온 시위대의 주동자를 무죄 판결한 사례나, 유배살이를 하는 동안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이 압제받는 현장을 보고 지은 `참여시` 혹은 `사회시`의 내용은 그가 민중을 진정으로 사랑한 민중이 가진 힘을 굳게 신뢰한 지식인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국내 최고의 다산 전문가로 통하는 박석무(77)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50년간 천착해온 다산학 연구의 과정과 결실을 담은 역작을 출간했다.

박 이사장은 조선 후기 실학, 그중에서도 방대한 저술과 혁신적인 학문 풍토로 일가를 이룬 다산 정약용에 대한 연구를 `다산학`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일찌감치 주장해왔다. 그의 이번 신간에서는 다산의 개인적인 삶에서부터 고차원적인 학문적 개념들에 이르는 `다산학` 연구의 전모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흔히 다산 정약용을 조선 후기의 박식하고 명석한 `르네상스인` 정도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학문적·정치적으로 변혁을 꿈꾼 사상가임을 특별히 강조한다. 그는 튼튼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유학이 실천의 근거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조선의 이념을 지배해왔던 관념적인 성리학 전통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정치가 군주나 목민관의 말이 아니라 민의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군주제 국가의 지식인으로서는 매우 앞서나간 생각을 보여준다. 다산의 이러한 혁신적인 사고는 유학 경전과 동양 정치철학에 대한 독창적인 이해에서 비롯했다.

백성의 힘에서 희망을 본 사상가 정약용의 삶과 사상을 아우른 이 책이 개인의 미래,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공부에 일익을 맡기를 기대한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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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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