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교향악단 말러 '밤의 노래', 21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말러. 사진=대전시립교향악단 제공
말러. 사진=대전시립교향악단 제공
뜨거운 한 낮의 열기가 가신 여름밤, 서정적인 교향곡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대전을 찾아 온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1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제임스저드의 지휘에 맞춰 말러의 교향곡 7번 `밤의 노래`를 연주한다.

밤은 고요하고 평안한 시간이다. 여름밤은 뜨거운 낮의 열기를 식혀주고 동시에 불안하고 위협적인 때이기도 하다.

구스타프 말러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클래식 작곡가 중 매니아층이 가장 두텁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 감독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삶을 지휘자로 활동했지만 다채롭고 현란한 작곡기법으로 주목 받으면서 후기 낭만파의 중요한 작곡가로 꼽힌다.

말러는 음악 속에서 장·단조의 교차와 불규칙한 악절을 뒤섞어 경쾌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밤의 모습을 그린다. `밤 여행`이라는 아이디어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주제다.

밀러가 7번의 `밤의 노래` 악장들을 작곡할 당시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심취해 있었다고 전해진다. 낭만주의 문학에서 `밤 여행`은 매우 위험한 개념이기도 하다. 낭만주의 작가 호프만이 말했듯 밤은 내면의 평화와 고요한 시간일 뿐만 아니라 어두움의 세계에 속한 초자연적인 힘이기도 하기에 밤은 우리에게 안식을 주면서 동시에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밤이 지닌 이중성이다. 그는 이러한 `밤 여행`의 아이디어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

말러 교향곡 제7번은 말러의 교향곡들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작품으로 손꼽히는 동시에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소리로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상 이 음악을 들어보면 흥미진진한 소리로 가득차있어 다채로운 음향 세계에 집중하면 의외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악기 조합을 통해 이전에 쓴 어느 곡보다 더 다채로운 음색을 이끌어내며 교향곡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기타와 만돌린까지도 등장한다.

먼저 1악장은 목관악기들은 밤의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같은 신비로운 음향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발전부 말미에 하프의 연주에 이어 바이올린이 고음으로 연주하면서 천상의 음악을 들려준다. 또 고전음악에서는 드물게 4도 음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현대적으로 들린다.

무엇보다도 느린 도입부에서 현악기의 인상적인 리듬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테너 호른의 솔로야말로 밤의 혼란스런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테너 호른은 정통 클래식 오케스트라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악기로 호른과 튜바의 음색을 섞어 놓은 듯한 음색을 낸다. 거리의 음악이나 군악대에서 간혹 사용되던 테너 호른을 과감하게 편성해 색다른 밤의 선율을 만들어낸 말러의 독창적인 음향 감각은 듣는 이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밤의 음악`란 타이틀이 붙어 있는 2악장에서는 본격적인 밤으로의 행진이 시작된다. 행진이 시작되기 전 주위를 환기시키는 호른의 멜로디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멀리서 이에 답하는 메아리가 들려온다. 몇 차례의 부름과 응답이 이어진 뒤 밤 속으로 향하는 불안한 행진이 시작되는데 그 행진곡은 밤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나타내듯 장조와 단조가 교차하며 희망과 절망의 공존을 표현해낸다.

3악장은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무시무시한 음악이다. 말러는 이 악장에서 19세기 빈을 상징하는 왈츠 리듬을 넣어 `죽음의 왈츠`라는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말러는 도입부에 `그림자처럼`(Schattenhaft)이라는 지시를 써 넣었는데, 과연 첫 도입에서부터 그림자와 같이 불확실한 혼돈만이 있을 뿐 명확한 선율을 찾아낼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멜로디의 파편과 날카로운 악센트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왔다가는 황급히 사라져버린다. 이는 마치 우리 눈앞에 어지럽게 출몰하는 유령의 그림자 같은 음악이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끊임없는 음의 연속, 탄식하는 듯한 목관의 선율, 여기저기에 악센트가 붙은 기괴한 왈츠가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모든 음악의 단편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몽타주 음악이 연주되면서 기괴한 악마의 춤은 막을 내린다.

두 번째 `밤의 음악`인 4악장은 달콤한 바이올린 솔로로 시작된다. 2악장이 밤으로의 행진곡이라면 4악장은 밤의 세레나데다. 독주 바이올린의 비상하는 선율은 밤의 낭만적 감성을 일깨우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5악장이 시작되면 갑자기 노골적인 C장조의 온음계 화성과 기쁨에 들뜬 오케스트라의 환희가 터져 나온다. 그 순간 여태까지의 부정적이고 어두웠던 밤의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영국 출신 지휘자 제임스저드는 열정적인 연주와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슬로바키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 리틀 오케스트라 소사이어티의 예술감독이다.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지내는 8년간 앙상블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BBC 뮤직 매거진에서 151명의 지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그의 교향곡 중 3개가 역대 최고의 교향곡 10위 안에 오르기도 했다.

6월의 밤, 대전시립교향악단이 보여주는 `밤의 노래`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사뭇 기대된다.

연주회의 자세한 사항은 대전시립교향악단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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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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